[데스크칼럼] 부동산PF 리스크, 단순연명 아닌 근본치료 필요한 때

2023-12-27     장용준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건설을 넘어 금융까지 대한민국 경제를 전방위로 옥죄고 있다.

건설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동산 호황을 맞이하던 시절 무작정 사들인 부지는 이제 개발도 힘든 애물단지가 돼 버렸고,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업계는 건설사들의 치솟는 연체율과 부도 우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대책 마련을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순연명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크다. 

27일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부동산 PF 리스크에 빠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르면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워크아웃은 기촉법에 따라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부실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이끄는 제도를 일컫는다.

태영건설이 이 같은 위기에 봉착한 것은 당장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 초까지 부동산 PF 대출 만기가 임박했는데 이를 해결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아웃설은 시공능력평가 16위로 이른바 메이저 건설사인 태영건설마저도 만기 연장이나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1년여가 지났음에도 시장의 우려와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 들어서도 부동산 PF 대출 부실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이슈였고, 지난 8월말에 대다수 브릿지론의 만기가 임박하면서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이 급상승하는 등 ‘9월 위기설’이 퍼진 바 있다.

결국 연말이 되자 우려대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은 시공사와 시행사를 가릴 것 없이 연쇄 부도 위기에 내몰린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 12월 현재 부도처리된 건설사는 총 512곳으로 지난 2021년(305곳)과 2022년(362곳)을 일찌감치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 100위권내 건설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42%로 전년 동기(1.19%) 대비 1.23%p 올랐다. 부동산PF 대출 잔액 합계는 지난해 말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난 134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위기설이 퍼질 당시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과 만기 연장과 같은 금융지원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금융사와 건설사들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쳐버린 결과물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관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금융당국이 주도한 유동성 공급은 부실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연명치료에만 급급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부동산 PF 리스크는 더 이상 우려가 아니라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자 미래로 다가왔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이미 건설부동산과 금융업계 전반으로 퍼진 부실의 흔적들을 재점검하고 단순연명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을 때까지 얼마만큼의 기간이 소요될지 쉽사리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는 데다 금융업계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계기업 등에 대해선 자구노력 등 자기 책임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부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언급을 한 바 있는데, 이는 곧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방향성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