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식은 냄비로 기억되지 않기를...

2024-02-20     장용준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화두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탈출이다. 2000년대부터 해결하지 못한 국내 자본시장의 아픈 손가락인 셈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언하면서 정부도 해소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운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면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저평가된 근본적 이유를 찾고, 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제시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와의 소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상장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쓰이는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으면 주식 가격보다 순자산이 많은 것으로, 주가가 저평가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즉 PBR이 1에 못미치는 국내 저평가 종목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또 한 번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선언을 한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적용시기나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프라임·스탠더드 시장 상장사 중 PBR 1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 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것인데,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이후 토요타, 소프트뱅크 등의 세계적 기업들이 PBR 1 미만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증시 부양을 위한 묘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증시는 3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기업 밸류 프로그램 도입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대책이 시기적으로 총선을 앞둔 시기에서 관치를 통한 인위적인 증시 부양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은 피할 수 없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1~2년이 아닌 수십년간 이어져온 문제이다 보니 그간 해소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닌 데다 그 원인마저도 다양하다 보니 이제 와 단기간에 족집게 처방을 통해 해소가 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이번 프로그램이 시장을 잠시 들끓게 하다 식어버리는 냄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기업 생태계와 낮은 주주환원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