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오일머니 타고 글로벌 방산 ‘전진’
UAE 대통령 첫 방한…원자력·방산 협력 등 논의 2022년 ‘천궁Ⅱ’ 수주계약 따낸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주목 CEPA 통해 더 활발한 진출 기대…“전세계 주목받을 것”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각 기업은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첨단기술과 국방·방산,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수주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이스라엘 두 국가 간 분쟁이 확전되면서 UAE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들의 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K-방산 수출액은 2022년 173억달러(약 24조1250억원), 2023년 135억달러(약 18조82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대상국가는 2022년 4개국에서 2023년 12개국으로 늘었고, 수출무기체계도 같은 기간 6개에서 12개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세를 타고 있다.
국내 방산수주에 의존했던 LIG넥스원은 2022년 UAE에 ‘천궁Ⅱ’ 수주계약을 따내면서 사상 첫 수출길을 열었다. 계약 규모는 4조6200억원에 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4조2500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올해 1분기 LIG넥스원의 수출 비중은 약 43%로 지난해 1분기 수출 비중 20%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19조원을 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UAE에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MFR)를 수출했다.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은 1분기 매출 3817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 155.6% 증가했다. 특히 방산 부문에서 수출이 늘어난 것이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해 8%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 비중은 올해 1분기 18%로 높아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UAE는 정부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었다. 국방·국방 기술 분야에는 아크 부대를 중심으로 한 국방 협력 심화, 양국 간 논의 중인 방산 협력의 조기 성과 도출 등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국방·방산 협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국내 방산기업들의 UAE 진출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K-방산의 한 축인 유도무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예측하며 성장세를 기대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유도무기가 K-방산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가 LIG넥스원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천궁-2 계약을 공시한 바 있으며 비궁, 신궁, 현궁 등 다양한 유도무기들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유도무기 중심의 대규모 수출 수주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지휘통제 부문이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유도무기 부문이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3축 체계(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체계)를 중심으로 한 유도무기 실전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 시장의 성과도 기대된다.
나 연구원은 “수주 기반의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 성장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우주와 드론·UAM(도심항공교통)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IG넥스원은 국내 우주 발사체 업체부터 위성체 부품 업체까지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통해 밸류체인을 완성해 가고 있다”며 “대드론통합체계, 드론용 SAR(고성능 영상 레이더) 등 미래 전장에 꼭 필요한 기술력 확보와 실증 연구에도 적극적이므로 현재 주가 수준이 비싸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