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트리플 약세’ 우려
1446원대까지 치솟은 환율…뉴욕증시 상장 韓기업 주가, 줄하락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정치 불확싱성 확대 따른 변동성 우려↑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외국인 이탈·조달금리 상승 가능성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45년 만에 터진 비상계엄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선포 6시간 만에 공식 해제됐지만, 그로 인한 금융시장 후폭풍은 아직 진행형이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고, 해외 주식시장에서 한국 관련 주는 급락을 면하지 못했으며,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게 됐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도 30% 이상 등락을 거듭했다.
금융·경제당국은 비상계엄 공식 해제 이후 시장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완전한 시장 정상화를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6시간 만에 정리된 만큼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해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종북 세력을 척결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우리나라에 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 암살 직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쳤다. 전날 1402원대에 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1420원대로 치솟았고, 야간 거래에서는 1446원대를 기록하며 1450원선을 위협했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야간선물은 장중 5.48%까지 급락했지만, -1.80%로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기업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인 아이셰어 MSCI한국투자 ETF(이하 EWY)는 최대 7.1%까지 낙폭을 키웠고, 쿠팡은 3.74%(0.93달러) 하락한 23.92달러,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1.03%(0.13달러) 내린 12.49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뉴욕증시에 상장한 한국 기업 주가는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서 거래 중인 포스코홀딩스는 4.36% 하락했고, KB금융그룹(-1.60%), SK텔레콤(-1.63%), KT(-0.44%), LG디스플레이(-1.76%), 우리금융그룹(-1.51%) 등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영국에 상장한 예탁증서(GDR)는 최대 6.7%까지 낙폭을 키웠다.
다만,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로 내려왔고, EWY와 야간선물은 각각 –1.60%, -1.80%로 낙폭을 줄였다. 1억3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88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30%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가 다시 1억3000만원대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시장의 펀더멘털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기는 했지만, EWY, 달러·원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레벨이 전일 장 마감 당시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쓰이는 부분”이라며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인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외국 금융시장의 사례를 보면 계엄령 발동에 따른 영향은 길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철회 공식화와 유동성 지원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높이는 제어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 점증, 국정 불안 요인까지 잔존해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제해야 한다”면서도 “비상계엄 선초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선물 시장 등의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11월 금통위 이후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급락해 차익실현 요구가 큰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은 외국인들의 현선물 포지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특히, 국채선물 시장을 중심으로 순매도세가 가속화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원화채권 시장 이탈뿐만 아니라 조달 관점에서도 한국 및 국내 기업들의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확대 및 외화채권 조달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직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안정조치를 언제든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고,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확대 등 충분한 단기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