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TF 투자자가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

2025-02-12     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자산운용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다. 미국나스닥100, 미국S&P500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총보수 인하를 두고 최근 자산운용사 3곳에서 연이어 ‘최저 보수’를 선언했다.

총보수 인하는 ETF 투자자 관점에서 희소식이다. 다만, 총보수만으로는 ETF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어 투자자들이 정보 검색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이달 ‘업계 최저 보수’를 가장 먼저 선언한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지난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와 TIGER 미국S&P500 ETF의 총보수를 각각 연 0.0068%로 인하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튿날 업계 최저 보수 인하를 외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와 KODEX 미국S&P500 ETF 총보수를 0.0062%로 낮췄다.

11일 KB자산운용은 RISE 미국나스닥100 ETF와 RISE 미국S&P500 ETF의 총보수를 각각 0.0062%, 0.0047%로 내렸다. ‘진짜 업계 최저 보수!’라는 문구도 빼놓지 않았다.

불과 6일 사이 자산운용사 3곳에서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의 총보수를 연달아 인하했다. 자산운용사들이 해당 종목의 총보수를 인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꾸준히 순매수 규모 상위권을 차지하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3~11일(총 7거래일) 일별 개인 순매수 20위권 ETF를 분석해보면, 미국S&P500이나 미국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위권에 포함됐다. 특히 7거래일 가운데 미국S&P500이나 미국나스닥100 추종 ETF가 1위를 차지한 날이 5거래일에 달했다. 즉, 미국S&P500 ETF와 미국나스닥100 ETF는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ETF’라고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의할 점은 투자자가 단순히 총보수를 비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당 ETF의 실체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마다 업계 최저 보수를 외치지만, 투자자가 금융상품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ETF는 단순히 총보수율(%) 확인에 그치지 않고 총보수비용비율(%)과 실부담비용률(%)까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총보수만 비교해보면, 전일 업계 최저 보수를 선언한 KB자산운용 ETF(RISE 미국S&P500 ETF, 연간 0.0047%)의 총보수가 업계 최저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투자설명서’에는 총보수뿐만 아니라 총보수비용도 명시됐다. 연간 기준으로 총보수비용비율은 ▲TIGER 미국S&P500 0.0868% ▲KODEX 미국S&P500 0.0888% ▲RISE 미국S&P500 0.0900% 등으로, 최저 보수 순위가 바뀐다.

지인 중에서 막연하게 총보수만 보고 투자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곤 했다. 하지만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보수가 전부는 아니다. ‘총보수비용비율(Total Expense Ratio)’은 펀드에서 투자를 위해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제반비용이 펀드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아울러, 총보수비용비율뿐만 아니라 기타 비용과 매매‧중개 수수료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실부담비용률까지 찾아봐야 한다. 총보수가 같더라도 총보수비용비율이나 실부담비용률이 다른 사례는 많다.

아쉬운 건 이를 확인하려면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서비스나 ETF CHECK 등 ETF 관련 공시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총보수 업계 최저 수준 인하’라는 문구만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환경에서는 투자자 개개인이 똑똑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번거롭더라도 투자설명서를 꼭 읽어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총보수 업계 최저라는 문구에 들뜨지 말고, 실체를 들여다보려는 풍토가 보편적인 투자 문화로 자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