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옆 동네 산불은 남의 일?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30일 경남 진주에서는 시민과 자전거 동호인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전거 대행진’ 행사가 진행됐다. 경남일보, 창원 레포츠파크가 주최하고, 진주시와 BNK경남은행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와 저탄소 녹색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평소 같으면 남강변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좋은 행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올해 행사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북과 경남, 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한 피해와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주시와 접하고 있는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산청군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98%의 산불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날 99%까지 올라갔던 진화율은 밤사이 다소 떨어졌다.
산청 산불은 높은 경사도와 낙엽층 지중화 등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주불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당국은 야간 작업에 이어 이날 일출과 동시에 진화헬기 50대, 인력 996명, 진화차량 201대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이로 인한 인명 피해와 이재민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청·하동 지역에서는 사망 4명 등 총 1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산청 동의보감촌 등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528명에 달한다.
바로 옆 지자체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진화 인력들의 목숨을 건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진주에서는 한가로운 봄맞이 자전거 타기 행사가 열린 것이다. 대규모 산불 피해와 희생자들이 발생한 만큼 이번 행사를 간소화하고, 산불 예방 캠페인이 실시했다고는 하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축제 분위기의 행사를 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행사는 산불 장기화로 경남지역 자치단체들이 계획했던 각종 지역 축제를 일제히 취소하고 나선 것과도 상반된다. 산불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산청군과 하동군, 창녕군은 물론, 통영시와 창원시, 봉화군, 남해군 등도 산불로 인한 피해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예정된 지역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진화 작업에 충력을 기울이는 한편, 희생자에 대한 애도과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다.
기쁨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되지만,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하면 어떤 어려움도 빨리 극복하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이야말로 그런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