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법 개정’ 정당성 부여하는 LS·한진칼

2025-05-23     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도구로 활용하면서 ‘상법 개정안’에 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일반주주의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S는 지난달 25일 한진그룹과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이달 15일, 한진칼은 자기주식 0.66%(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기로 했다. 익일인 16일 LS는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대한항공(한진칼 자회사)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 대상은 LS가 보유한 자사주(지분율 1.2%)다.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관련 공시를 내놓은 배경에는 경영권 방어가 있다. 호반은 LS 지분을 약 3%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교환사채라는 경로를 거쳐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지난 1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LS의 자사주 처분에 관해 논평을 내고 “LS가 교환사채 발행으로 대한항공이라는 ‘우군’을 확보했다. 앞으로 LS가 한진칼 주식을 매수한다면 ‘백기사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럼은 LS-한진칼 연합이 해외 일부 기업과도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애플-구글 ▲애플-TSMC ▲엔비디아-TSMC 등 몇몇 해외 기업이 수십 년째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상호주를 보유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포럼은 “협업이라는 목적으로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자사주 활용 건은 역설적으로 ‘상법 개정안’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LS의 자사주 활용은 LS 주주 전원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이사가 모든 주주를 공정하게 대한다는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전 대통령 권한대행)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상법 개정안에 관해 찬반 논의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가 크고, 기업의 혁신 의지와 성장 생태계를 저해한다”며 개정안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부작용에 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 권익보호단체는 개정안이 도입돼야 주주들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찬반 여론이 팽팽하지만, 이번 자사주 우군 활용 사례처럼 주주가치 침해 가능성이 큰 사건을 지켜본 이상, 상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나아 보인다.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발생했더라도 주주들이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주주들은 무기력해진다. 건전한 주식시장을 조성하려면 이번 사건이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