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준석의 판례 돋보기] 7월, 이재용 회장 무죄…‘위법수집증거’ 판단에 확정
선별·참여권 등 적법절차 위반…증거능력 상실 압수 후 삭제·폐기·반환한 정보 없어 핵심 증거는 증거 조사한 바 있어…실제 진실 발견 도모
한국금융경제신문=옥준석 기자 | 지난 17일 이재용 회장이 무죄선고를 받으며 약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가 막을 내렸다. 대법원 측은 이날 검찰 측 상고이유 중 하나인 증거능력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하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1심부터 이어져 온 증거능력 관련 문제는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검사 측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전자정보에 대해 압수 필요성이 있어 적법절차에 따라 이를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도 증거능력을 배제하면 형사사법 정의 실현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2025도2805 판결을 통해 상고를 기각해 원심 2024노635를 확정시켰다.
◆외장하드와 서버 압수·수색…적법절차 위반
30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두 회사에서 문제 된 것은 당시 HQ외장하드와 Z회사·AA회사 서버 압수수색절차 중 ▲선별 절차 ▲당사자 참여권 실질 보장 여부다. 두 부분은 적법절차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소송법적 사실로 검사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 증명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지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는 필요하다.
법원은 선별 절차를 거쳐도 무관 정보가 혼재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절차를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재량 아래 둘 수 없는 사생활의 비밀·자유, 영장 주의 등에서 유래하는 것이라며 참여권을 보장하고 무관 정보를 삭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봤다.
문제는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선별 절차와 절차 중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기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별 없이 파일 검토 후 저장된 파일 일체를 압수하고, 정보 압수 후 삭제·폐기·반환 정보도 없어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관한 법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압수 과정에서 협조가 있더라도 이를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또한 AA회사의 HQ를 긴급체포하며 영장 없이 취득한 HQ외장하드도 같은 이유로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에 2심에서 새로 제출한 증거 중 출처가 HQ노트북, AA회사재경팀외장하드 등은 증거능력이 없어 증거배제 결정을 내렸다.
◆피고인 C 문자메시지…위법수집증거, 2차 증거배제
검찰은 피고인 C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적법 압수된 증거물이며 본 사건과 관련성이 있어 증거능력이 있다고 봤다. 또한,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도 중대하지 않아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메시지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도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해당 메시지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고 이에 기초해 작성되거나 제출한 2차 증거들도 메시지와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독이 든 나무의 과실 역시 독이 들어있다는 독수 독과 이론에 따라 위법 증거에서 파생된 증거도 배제된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에 따라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정보가 혼재돼 출력·복제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함이 인정되면 정보저장매체 등을 압수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법령에 따라 압수한 C의 휴대전화에서 신체·차량용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압수·수색했어야 했다. 하지만 1만4000여개에 달하는 문자메시지 중 상당수가 영장기재사실과 무관한 문자메시지로, 선별 절차 없이 모든 종류의 전자정보 일체가 수사기관에 압수됐다는 것이다.
전자정보 상세목록도 교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법 129조에 따라 압수물 목록을 작성·교부해야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대검찰청 D-NET서버에 저장·보관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도 않았다.
◆형사 사법 정의 실현 위한 예외적 증거능력…일부 관점 수용
이에 검사 측은 위법수집증거의 예외적 사유로 들고 있는 ▲선별 작업의 현실적 어려움 ▲명확한 법률규정·판례 기준 부재 ▲압수된 무관 정보 비중 ▲검찰의 적법절차 준수를 위한 진지한 노력 ▲피압수자 측 수용 태도 ▲관련자들의 사법 방해 행위를 주장했다.
법원은 관련자들의 사법 방해 행위는 사법 정의의 관점에서 증거능력 배제에 있어 예외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유임이 분명하고, 이 사건은 일반적 사건에 비해 자료 양이 매우 많은 편이라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검찰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수사의 필요성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분 인정했다.
다만 압수·수색 절차에서 관련성 심사, 선별 절차 생략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실질적 참여권 미보장, 압수자료 반환·폐기 미진행 등을 고려하면 적법절차를 침해하는 경우에 더 가깝다며 위법수집증거의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사가 주장한 핵심 증거는 일단 증거 조사한 바 있으며, 그 중 특정 증거는 내용을 살펴 실제 진실 발견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고법은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