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인하 기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

“내년 상반기까지 낮은 성장률…하반기 들어 잠재 성장률 수준 전망” 기준금리 2.5% 동결…“집값·가계부채 안정 확신 어려워” “금리로 집값 못 잡아…상승 부추기지 않겠다는 것” 올해 성장률 전망치 0.9%로 상향…소비심리 개선·반도체 수출 등 호조

2025-08-28     김선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1.6%로 보고 있다. 분기별 변화를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낮은 성장률이 유지되다가 하반기 들어서는 잠재 성장률에 가까운 성장률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새로 하면서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판단을 해야 될 것 같다”면서 “인하 기조 하에 시기와 정도는 경제 상황에 따라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2.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정부의 6·27 대책이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지만,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충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사상 최대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경우 이와 공조할 필요성 등을 감안했다.

반면,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2.25%로 0.25%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우려가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가 상당 정도 둔화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금통위원들은 3개월 뒤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6명 중 5명이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1명은 2.5%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관련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포워드 가이던스가 최소 두 차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에 대해서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1.6%를 전제로 말씀드린 것이다. 11월에도 전망을 할텐데, 1.6%가 바뀌면 그것에 따라 바뀔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 확산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에서 집값 등 부동산에 관심을 갖느냐는 비난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물가에도 상당히 영향을 주는데, 주택가격 변화, 월세 변화 등의 소비자물가지수 반영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작다”며 “이번에도 금리를 안 낮춘 이유는 과거에 비해서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거래량이 확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 등이 안정됐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을 통해서 집값을 잡으려고 한다는데,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다만, 유동성을 과다하게 공급함으로써 집값 인상 기대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에서 정부의 6·27 대책이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주기 위해서 시간적 여유를 조금 잡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는 “이때까지 금리 100bp(1bp=0.01%p)를 다른 나라에 비해서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봐도 성장률 등을 비교했을 때 실질금리 수준을 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상반기 동안 정치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성장률이 0%였다. 그래서 경기 부양이 필요한 것은 맞는데, 금리를 지금보다 더 빠르게 내리면 경기를 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를 더 올리는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절하고 있을 뿐 실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발표했고, 앞으로 추가적인 정책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공조가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정책 공조를 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을 5월 전망치 0.8%보다 0.1%p 상향 조정한 0.9%로 수정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과 경제심리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 등이 예상보다 커진 때문이다. 수출도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자동차 수출 등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 성장률 상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가장 큰 경기 하방압력 요인으로 건설경기 부진을 꼽았다. 그는 “5월 예상보다 건설투자가 더 나빠졌다. 그래서 저희가 예상하는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이 –8.3%인데, 이게 성장률 전체에 기여하는 부분이 2%가 넘는다”면서 “건설경기만 0%였다고 하면 1.2%p가 더 높아져서 2.1%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건설경기에 의해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1.6%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겠으나,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됨녀서 수출 둔화폭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라며 “내년 이후 성장경로에는 반도체 등의 품목관세 수준,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