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인하 기조 유지…추가 인하 시점은?
이창용 “내년 상반기까지 낮은 성장률…인하 기조 유지 가능성 커” 10월 인하 무게…내년 상반기 중 1~2회 추가 인하 가능성 제기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6·27 규제의 효과가 일정 부분 확인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10월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 인하 시점과 횟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2.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는 등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에도 금리를 안 낮춘 이유는 과거에 비해서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거래량이 확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 등이 안정됐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반기 동안 정치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성장률이 0%였다. 그래서 경기 부양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금리를 지금보다 더 빠르게 내리면 경기를 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를 더 올리는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집값과 가계부채의 확실한 안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4분기 중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0%대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1% 중반대 성장이 전망되는 등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은 5월 전망치 대비 0.1%p 상승한 0.9%, 내년은 5월 전망과 같은 1.6%를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2년 연속으로 잠재성장률(1.8~2.0%)을 밑도는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신성환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낸 것과 3개월 후 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도 10월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는다.
이 총재도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갭 등을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낮은 성장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0월 인하에 무게를 싣는다. 정부의 6·27 대책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겠고,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 인하 이후 내년 인하 시점 및 횟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모두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금리 인하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금리 인하 시기는 10월로 미뤄지나, 올해 4분기 1회, 내년 상반기 중 1회로 현재 인하 사이클 내 2회 인하 횟수 전망은 동일하다. 최종금리 수준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명의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있었던 가운데,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향후 3개월 내 추가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총재 제외 6명 중 5명으로, 사실상 10월 인하를 시사한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중 분기별 1회씩 총 2회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올해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전날 금통위가 외형적으로는 다소 완화적이었지만,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와 경제 성장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발언이 많아 2.00%까지 인하 기대 확산이 제약됐다”며 “10월 인하 후 내년 추가 인하는 쉽지 않은 기준금리 2.25%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