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글로벌 시장 승승장구에도 ‘관세 폭탄’ 울상
‘K-뷰티’ 관세…해외 소비자들에게 ‘날벼락’ ‘소포제’ 관세까지…온라인·역직구 시장도 ‘비상’ 뷰티 기업들, “대책 마련과 전략 확충에 힘쓸 것”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미국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던 ‘K-뷰티’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美 관세 관련 문제가 연일 화두에 오르면서, 뷰티 분야가 타격이 클 것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뷰티에게 관세 폭탄 소식은 그야말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민국 뷰티 기업들은 대처와 관련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567억달러(약 78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수출 중소기업 수는 7만8655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으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은 지난해 기록한 상반기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K-뷰티의 명성은 점차 확대되며 그 영향력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또한 K-뷰티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뿐만 아니라 모델, 패키지 등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과 화제성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의 파급력을 보유하고 있다.
K-뷰티는 이러한 전문성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나라에 맞는 특성화 제품을 출시하고, 현지 니즈를 반영한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맞춤 경영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렇듯 잘나가는 K-뷰티에 ‘관세’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해외 소비자는 물론 국내 고객들까지 관세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관세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출액 중 미국 수출액만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60억원)를 기록할 정도로 K-뷰티 제품은 미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7% 수치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룬 결과다.
이와 관련해 관련 기업들과 기관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과 방안에 힘쓰고 있다. 25%로 예상됐던 관세가 15%로 적용되며 더 큰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이후 기업 운영이나 실적에는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게 된다면 한국 뷰티 기업들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이 아닌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타격이 크게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K-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미국 매출 비중이 각각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인기 있는 뷰티 제품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제품인 경우가 많다. 유튜브 알고리즘, 화장품 리뷰 영상 등으로 중소기업 제품들이 인기를 타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영상을 찍어준 사람들에게 전 제품을 보내 주며 리뷰 영상을 다시 요청해 그 파급력을 키우기도 하고,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현지 마케팅을 실시해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를 중점으로 다양한 운영을 펼치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예민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제품성으로 인기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가성비 제품으로 언급되며 큰 인기에 영향을 미쳤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적용 후 소비자들이 구매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뷰티 브랜드들 중에서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유명한 브랜드들도 많이 있다”라며 “미국 관세 영향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건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전략 확충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에서는 바이어들이 관세 인상 전 대량 선주문을 진행하는 사실이 확인돼 관세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관세 인상 전 기업들이 대응책으로 대량 구매를 진행해 소비자 클레임을 막고, 최대한 구매를 도울 수 있도록 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관세 먹구름에 미국에서는 때 아닌 ‘사재기 현상’까지 펼쳐지고 있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량 선주문을 실시한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자신이 원래 사용하고 있던 K-뷰티의 제품을 기존과 같은 가격으로 구매하기 위해 사재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29일부터 미국이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액 소포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소식을 알리며 K-뷰티 ‘역직구’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800달러 이하 소포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역직구) 되는 화장품이 많다. 역직구는 대부분 민간 특송 서비스로 이루어지며 관세 15%는 받는 사람이 부담하게 돼 사실상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자체적으로 직구몰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소액면세제도 폐지에 따른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고객 부담을 낮추기 위해 프로모션과 판촉물 등을 적극 활용하고 직구몰의 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내에서만 운영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의 운영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포제와 관련해 관세가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적인 모티터링을 통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올리브영 역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전망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소액 소포 면세 폐지 초반 소비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글로벌 세일을 진행하며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후에도 정기 세일과 차별화된 글로벌몰 프로모션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적용은 뷰티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뷰티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금액은 1조4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미국이 2838억원으로 19%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중국(7164억원·49%)과 일본(3258억원·2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각 업체는 미국 소비자들이 실제 소비를 줄이는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