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열심히 할게요”…이재용 삼성 회장, 시장 확대 행보 관심

삼성전자,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전망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과거 반도체 위상 찾을까 이재용 회장 “인수합병·인재 영입·육성 전략에 집중”

2025-09-01     허지현 기자
1주일간의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동행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1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일 열심히 할게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해 쥐재진 질문에 짧게 답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대답은 이후 삼성그룹의 행보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전망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이재용 회장은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고, 닷새간 더 현지에 머물며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 16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캐주얼 비즈니스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출장 소감과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출 규제 등을 묻는 말에 “일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는 지원 사격을 위해 국내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경제인 총 16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 회장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분 사장과 함께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에너지·바이오·광물 등 다양한 범위의 전방위적 경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더불어 양국 기업 간 11건의 계약·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지며 대한민국의 파워를 입증했다.

우선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MOU를 맺었다. 이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고, 협력 번위를 확대해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번 기회와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삼성물산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의 에너지 회사 페르미 아메리카는 텍사스 'AI 캠퍼스 프로젝트'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 협력 프로젝트는 대형 원전 4기를 비롯해 소형모듈원자료(SMR),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등 전력공급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으로 꼽히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디비아 CEO 세 명이 한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 회장과 황 CEO는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이며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HBM 협력 강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미국 반도체 생태계 주요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교류하는 모습도 포착돼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와 사업 유치, 고객사 확장, 시장 증대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 사람의 만남을 두고 “엔비디아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HBM 공급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해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납품을 위한 신뢰성 검증 절차 및 퀄테스트(품질검증) 등을 진행 중에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와의 HBM 협력은 삼성전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미국 현지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삼성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법인과 연구개발(R&D) 센터, 판매 지점 등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벗은 뒤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로 경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미국 출장 또한 경영 보폭을 더욱 확실하게 넓히기 위한 행보 중 하나로 언급되는 중이다. 이는 단기 실적 위주가 아닌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인수합병·인재 영입·육성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심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파운드리(위탁 생산) 관련 급한 불을 껐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300조8709억원)의 7.6% 규모로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파운드리 부진을 만회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남은 숙제는 반도체 부활을 이끌 ‘고대역폭메모리(HBM)’만 남았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계약에 이어 HBM까지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면 삼성전자 반도체가 과거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이 젠슨 황 엔디비아 CEO와 만남을 가지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협력 가능성이 커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에 이어 엔비디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과거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상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