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칼럼] 쌀 가공산업, 정부 지원 절실

2025-09-05     headlaner 기자
박훈 한국금융경제신문 고문

한국금융경제신문=headlaner 기자 | 쌀 가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Global Report on Food Crises, GRFC)에 따르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기후변화는 식량 보급 안정화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체계적이지 못한 유통 시스템과 쌀을 원재료로 한 다양한 상품군이 적어 수요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환경이다.

아울러, 가난한 국가와 부자 국가 간 식량 관리의 체계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식량 보급 안정화에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후진국 대다수는 선진국 대비 뒤떨어진 농업기술력과 발전되지 못한 경제 수준으로 식량 보급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다소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고, 쌀 생산 능력과 농업기술이 발전했으나, 식문화가 변화하면서 오히려 쌀 소비 감소를 불러왔다. 최근 매년 연간 40만톤 이상 재고가 발생했고, 타국과 무역협정에 의해 연간 40만톤 이상을 수입하면서 우리나라는 연간 80만톤 이상의 쌀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효과적 식량 운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며, 보관료를 비롯한 비용의 천문학적 증가로 이어져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통계청은 2024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양곡(쌀+기타 양곡) 소비량은 64.4㎏으로 전년 대비 0.3%(0.2㎏) 감소했고, 쌀 소비량은 55.2㎏으로 1.1%(0.6㎏) 줄었다. 쌀 소비가 매년 줄고 있는 현상은 국민건강과 국가 농업경제를 후퇴시키는 요인이므로, 정부 차원의 쌀 소비 진작 정책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가공산업의 성장세를 든든히 뒷받침하기 위해 제3차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이미 마련했다.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2011년)이 제정된 이후 법적 5조에 따라 5개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법정 계획에 앞서 201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기본계획을 마련해 추진했으며, 3차 계획을 통해 2022년 기준 8조4000억원 규모인 시장을 2028년까지 17조원으로 확대해 1억8000만달러 수준인 수출을 4억달러로 2배 이상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쌀 소비 기본계획만 제정해 놓고 쌀을 이용한 가공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에 있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지원정책이 미진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재고 쌀의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미래 유망 품목 집중 육성 ▲국내외 수요 기반 확대 ▲산업 성장 기반 고도화라는 3대 주요 과제와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생태계 조성, 수출 확대 등을 진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희망회로만 돌리고 있다. 아울러, 제도와 법을 만들어 홍보만 하고 있을 뿐, 국민의 경제와 식량자원의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른 시일 안에 이미 제정된 쌀 가공 육성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행보가 있어야 한다.

30년간 쌀 가공산업에 헌신해 온 이명규 GF 팜 대표는 민간 차원에서 전국 각도별 시범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재고 쌀 해결과 식량 보급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그간 쌀국수, 쌀라면, 즉석 쌀죽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왔으며, 최근 이들 제품을 해외에 알리는 활동을 추진한 결과 UN의 국제구호사업단에서 쌀 가공 기능성식품을 주문하겠다는 소식의 성과를 이뤘다. UN 국제구호사업단과 협의를 통한 구호식품 납품 소식은 국내산 쌀의 경쟁력과 한국의 식품 가공 기술력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성과를 단순한 수출로 끝내선 안 된다”며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한 현실에서 본격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반드시 생산공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F 팜은 현재 일부 제품을 외주로 제작하거나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어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비영리민간단체(NGO)의 본격적인 쌀 가공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기술도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판로가 열려있지만, 가공식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가 부족해 수출을 진행하는 데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정부가 식량 안보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정책적인 자금 지원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식량자원의 전략적 활용 차원에서 쌀 가공식품 산업이 육성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식생활 변화로 인해 국내 쌀 소비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쌀 가공식품은 새로운 시장의 확장과 농민 경제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가공식품은 저장성과 휴대성, 조리의 편의성 등을 갖춰 UN 등 국제구호사업 시장에 적합하다”며 “이러한 제품을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국내 및 세계적 식량 안보 산업의 확대”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의 의견이지만, 정부가 여러 법안과 제도를 마련해 놓고 이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쌀 가공산업은 식량 활용 방안이나 세계 식량 안보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매년 수십만 톤 남아도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국수·라면·스파게티·짜장 등)을 제조해 국내외로 공급하면 쌀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내 농가 소득을 확대할 수 있다. 쌀 가공식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재고 쌀 해결과 세계 식량난에 앞장서는 모범적 국가의 지위를 얻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