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성수1지구서도 반복된 ‘조합 흔들기’ 논란…판세 뒤집기 무리수?

현대건설, 비대위 앞세워 조합 집행부 압박 의혹도 정비업계, 사업지연과 투자자 손절 우려도

2025-09-10     장용준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정비업계 제공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 조합이 경쟁입찰을 위해 입찰지침서를 전격 변경, 재입찰을 실시키로 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갈등을 빚어 왔던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의 분열이 봉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판세를 뒤집기 위해 ‘조합 흔들기’에 나선 것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이 둔촌주공이나 부산 범천4구역 등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조합장이나 조합 임원을 여론 작업 등을 통해 밀어낸 바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대위의 집행부 교체 시도로 사업이 장기화 되거나 시장의 투자 의욕을 꺾어 조합원들의 재산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합장 해임 나선 비대위 시도, 현대건설 배후설 무성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조합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에서 입찰지침서 수정안을 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따라 입찰지침을 변경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찰의 선결과제로 지침서 변경을 요구해 온 상황에서 이를 수렴함에 따라 경쟁입찰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수정 입찰지침서에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요구한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자금 상환 순서 ▲금융조건 제한 ▲천재지변·전쟁 등을 제외한 책임준공 확약 ▲상호 상충 조항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성수1지구는 공사비만 약 2조2000억원에 달해 올 하반기 정비사업 가운데 최대어로 꼽혀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지침 완화가 조합 집행부 해임을 요구해 온 비대위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성수1지구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와 GS건설이 결탁했다며 비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현대건설 등이 현장설명회를 불참했음에도 대의원회의에서 입찰지침 원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조합 흔들기’가 시도돼 배후에 현대건설이 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의 뒷배가 되어 조합 집행부를 흔들거나 조합장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은 현대건설의 대표적 도시정비사업 전략”이라며 “둔촌주공, 신월곡1, 노량진4구역 등 다수의 사업지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둔촌주공 조합장 교체 시도, 신월곡1에선 비대위와 연계해 기존 시공사 교체 시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과거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수주전에서 회사와 대립각을 세운 조합장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여론전으로 인해 조합 내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심적 부담을 느낀 조합장이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종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과 대립각을 세운 둔촌주공 조합장을 밀어내기 위해 이 회사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오른쪽)와 SNS 대화내용. 사진=제보자 제공

또한 범천4구역에서는 조합 임원이 경쟁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를 언론에 흘려 해당 임원이 자진 사퇴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신월곡1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이 비대위와 손을 잡고 조합 집행부를 압박해 롯데건설을 몰아내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비대위 측은 조합장이 시공사로부터 수십억원을 불법차입하고 집행부 주요 인물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신월곡1구역에서 빠지고 동력 잃은 비대위는 입지가 좁아졌다”면서 “비대위 대부분이 지분을 팔고 나갔지만 비대위로 인해 사업이 수 년간 지체되며 조합원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 났다”고 주장했다. 

◆노량진4구역, 현대건설 직원들 조합에 고성 오가…조합 CCTV에 고스란히 찍혀

노량진 4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의 행보는 논란이 됐다.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조합장이 경쟁사 편을 든다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는데 해당 장면이 조합사무실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음주후 조합사무실에서 고성으로 항의중인 현대건설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 사진=업계 제공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K차장이 회사 직원과 외주 직원 등 서너명을 사무실에 데리고 와 조합 관계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단독수주를 위한 현대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입찰 지침 완화’ 위해 불법 홍보 실시…현장설명회 참석 않고 ‘대의원’ 접촉 논란 

현대건설은 성수1지구 입찰지침 변경안 가결을 위해 이달 4일 대의원회 투표 당일까지 대의원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측은 로비활동에 대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아 상관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활동 자체가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아 입찰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입찰지침 변경안이 가결돼야 경쟁입찰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이 주최하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는 입찰 참여 자격이 없음은 물론 어떠한 홍보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입찰 자격이 없는 현대건설이 공개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대의원들의 판단을 흐리고 조합의 공정한 의사결정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위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현대건설이 비대위를 움직여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전 조합 집행부 끌어안기는 어느 건설사나 있는 일이지만 현대건설은 유난히 집행부 포섭에 집착하는 회사”라며 “이 과정에서 비대위를 바둑의 패처럼 활용하기는 현대건설이 최고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버리고 시공권을 거머 쥔 후 거수기로 활용하는 전략은 단연코 업계 1위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도정법에서 금지하는 ‘홍보활동’은 특정 건설사에 표를 부탁하는 행위를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사의 경우 입찰지침 변경을 위한 대의원회의에서 참여 기회를 요청드린 것”이며 “이는 조합의 절차를 존중하면서 당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