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오극장]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생산적 금융’ 파트너·최대 실적…연임 ‘청신호’
李 미국 순방 동행·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참석 등 정부 소통 확대 4대 은행 중 가장 적은 주담대·中企 중심 기업대출 등 금융정책 기조 맥 닿아 신한은행,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전담 조직 신설 진 회장 “사회 성장 북돋는 이타적 역할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 구현해야” 연간 순익 5조원 달성 전망…주주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속도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추진과 관련해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하는 등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파트너’로서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회장은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2일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서 지난 23일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 출장길에 올랐다. 진 회장은 이 대통령의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행사에 함께 하고,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에 참석해 국내 기업 투자 유치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홍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절단 중 금융그룹 회장은 진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뿐이다.
지난 10일에는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및 토론회’에 유일한 은행권 대표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은행의 담보 위주 관행은 선구안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금융권의 담보대출 영업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자놀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몸을 낮춘 것이다. 또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금산분기 규제에서 제외한다면 은행들도 모험자본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자놀이’ 지적에 몸을 낮췄지만, 신한은행의 담보대출 잔액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적다. 신한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잔액은 72조원으로, KB국민은행(110조원)·하나은행(109조원)·우리은행(123조원)보다 37조~51조원 작은 액수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주담대 잔액이 100조원 이하이기도 하다.
또한 전체 대출의 56.0%가 기업대출이고, 이중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1098억원으로,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원화대출 잔액 대비로는 43.7%다. 즉, 부동산 등 담보 가치 상승에 의존해 이자이익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방식의 영업에 치중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공급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동안 진 회장은 정부 및 금융당국의 정책 행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진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주도로 열린 네 차례의 해외 투자자 대상 금융권 공동 IR에 세 차례 참석했다. 이는 4대 금융그룹 회장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며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던 금융당국 기조에 적극 호응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따라 그룹 내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 2일 창립 24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미래 경쟁환경 변화 속 금융의 본질에 대해 “성장을 위한 자금을 주고받는 모두에게 이익이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장을 북돋는 이타적인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하고, 성장 방안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는 ▲기술개발 ▲인력 ▲금융 ▲해외진출·입지지원 ▲규제 개선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 2030년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세계 일등 수준의 기술개발과 산업 고도화를 통한 기술주권 확보 등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신설되는 조직은 ▲15대 프로젝트 영역별 연구·조사 ▲정부 투자 유망업체 및 밸류체인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 및 심사지원 기능 강화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신한은행의 초혁신경제 성장지원을 주도할 예정이다.
임기 중 경영 성과도 뚜렷하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3조37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고, 글로벌 부문에서의 호조세도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266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4%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431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주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10·50·50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총주주환원율 50% ▲자사주 5000만주 이상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11.5% 이상, 보통주자본(CET1)비율 13.1% 이상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익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익(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컨센서스는 5조500억원이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1조14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에 나설 계획인데, 이를 감안한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47.3%로 추정된다.
신한금융그룹은 자사주 5000만주 이상 소각이 목표로 한 2027년 이전에 끝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총주주환원율 목표 역시 내년에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정부와의 소통 확대와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 3일 만료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사 대표의 경영승계절차는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에 따라 임기 만료 약 3개월 전에 시작된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승계절차는 올해 말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