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준석의 게임 돋보기] 도쿄게임쇼 2025 종료…서브컬처, 핵심은 ‘이미지’

중국 게임 공세, 서브컬처 시장 ‘경쟁 과열’ 어반 판타지·BM 변화 등…차별화 모색 캐릭터성 확장, 원소스 멀티유즈로 이어지는 파급력

2025-09-30     옥준석 기자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도쿄게임쇼가 마무리됐다. 사진=옥준석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옥준석 기자 | 도쿄게임쇼 2025가 마무리됐다. 4일간 26만3101명이 방문한 게임쇼에는 컴투스·넷마블·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엔씨소프트·넥슨 등 한국 게임사도 다수 참가했다.

제일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서브컬처 시장을 노리는 게임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컴투스의 ‘도원암귀’나 스마일게이트(스마게)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미래시’ 등 일반적인 MMORPG류 보다 서브컬처에 대해 접근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게임 물밀듯…서브컬처 시장 이미 ‘레드오션’

30일 도쿄게임쇼 2025에 따르면 이번 게임쇼에는 47개 국가, 1136개의 기업들과 26만3101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도원암귀,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미래시, 몬길: 스타다이브, 붉은 사막, 퍼스트 디센던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의 게임으로 출전했다. 과거 일부 기업만 참가한 것과는 달리 전력적으로 다수 사가 참가했다.

국내 게임사의 서브컬처 게임 수가 확연히 늘어났다. 한국 게임시장이 MMORPG 강국이라고 불리던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다만 서브컬처 시장은 분명한 레드오션으로,성장 속도보다 신작 출시 속도가 더욱 빠르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명일방주’ 등 출시한지 5년 넘은 게임들은 아직까지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원신’, ‘붕괴:스타레일’ 등을 개발한 호요버스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만 서브컬처 게임 특유의 가챠 시스템에 대해 아직까지 북미, 유럽 등은 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이번 게임쇼에 중국 개발사 넷이즈가 출품한 ‘무한대: 아난타’는 높은 자유도를 가져 서브컬처 GTA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비지니스 모델(BM)에 가챠 시스템은 빠졌다.

또한 캐릭터 획득은 무료로 진행하고, 스킨 등을 통해 수익화 하겠다는 전략으로, 같은 서브컬처 게임인 원신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원신은 인게임 캐릭터와 장비를 따로 뽑는 비지니스 모델로 완전한 가챠게임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원신은 올해 초 기준 누적매출 100억달러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도쿄게임쇼 2025에서 중국 게임사들은 서브컬처 장르에 강점을 보이며, 한국 게임사들은 후발주자로 오리지널·외부 IP를 재해석한 신작을 보였다”며 “서브컬처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에 비해 신작 출시 속도가 더욱 빨라 경쟁은 극도로 심화되었고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중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작들은 앞선 작품들과 차별화를 위해 어반 판타지 채택, 기믹 추가, BM 변경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쟁작들과 뭔가가 달라야만 장기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운영진부터 캐릭터까지…국내 서브컬처 핵심 키워드 ‘이미지’

도쿄게임쇼에서 출품한 다양한 서브컬처 게임들은 국내 시장에서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서브컬처 게임이 제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법은 자체 IP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가장 메이저한 자체 IP 서브컬처 게임을 뽑자면 넥슨사의 ‘블루 아카이브’(블아)일 것이다. 서브컬처 내 블아의 지평이 넓은 이유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단순한 캐릭터의 특징이 아닌 그 캐릭터에 얽혀있는 속성들을 전체적으로 아울렀다.

서브컬처 게임이 인기를 끌어 장기적인 IP로 지속이 되려면 이미지가 중요하다. 한 가지 IP로 여러 장르를 생산하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로 나아가기 위해서 캐릭터 자체에서 파생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블아의 경우에도 음악회·도서·음반·피규어 등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스핀오프 코믹스인 ‘흥신소 68 업무일지’나 ‘게임개발부 대모험’은 캐릭터의 이미지인 부활동이나 평소 성격, 생김새, 성격 등으로, 공식에서 직접 그리지 않고 다른 작가 등이 그린 것이다.

잘 잡힌 캐릭터성은 위와 같이 공식에서 내지 않아도 컨텐츠를 자체 생산하는 힘을 가져온다. 이른바 ‘자동 사냥’이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이미지는 단순 인게임 캐릭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개발자나 디렉터에게도 중요하다.

팬들은 블아의 김용하 총괄 디렉터만 얘기해도 청계천이나 탈모 등을 공감대 삼아 이야기할 수 있다. ‘트릭컬’을 출시한 한정현 에피드게임즈 대표를 얘기하면 집문서 담보 대출이나 위험한 초대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부분 팬들에게 이 정도로 게임에 진심이고, 유저를 챙겨준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게임에 가벼운 사건이 생겨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운영진이 유저들에게 불신이나 ‘게임을 망쳤다’ 내지는 ‘게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캐릭터성을 띄게 되면 가벼운 말실수나 사건도 유저 사이에서 큰 이슈로 번지게 된다. 이는 여타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 중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은 사고 발생 후 유저 간담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성난 유저를 달래며 소통하려다 종종 생기는 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대부분 서브컬처 게임이 일본 IP에 의존하기에 자체 IP가 있어야 팬층을 형성할 수 있다”며 “서브컬처 게임은 주로 수집형 RPG로, 캐릭터 자체에 의존해 장기적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