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림의 물류와 경제] Forwarder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2025-10-21     headlaner 기자
김병림 인터블루항공해운 대표.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 DB

한국금융경제신문=headlaner 기자 | “요즘 회사 너무 어렵습니다” 최근 물류 관련 모임이나 협력사 미팅에서는 이와 비슷한 말이 자주 나온다. 코로나 시기 물동량 증가로 잠시 호황을 누렸던 이 업계는 팬데믹 종료 이후 운임 하락과 거래처의 비용 절감 요구가 겹치면서 다시 현실적인 압박을 마주하고 있다. 예전처럼 물량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고, 같은 화물을 다루더라도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고객의 질문 방식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과거에는 “운임 얼마입니까”라는 문의로 대화가 시작됐지만, 이제는 “이 회사가 끝까지 책임질 태도가 있는가”를 먼저 판단한다. 단순한 단가표만 전달하는 방식은 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렵다. 견적 메일의 문장 방식, 리스크를 안내하는 태도, 설명의 깊이까지 모두 기업의 신뢰도로 읽히는 시대가 됐다.

현장에서는 말하는 방식에 따라 기업의 인상이 갈리기 시작했다. 운임만 전달하는 회사와 노선의 상황과 대안을 함께 안내하는 회사가 분명하게 구분된다. 고객은 숫자보다 상황을 이해시켜주는 문장을 기억한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가능합니다”라는 표현과 “이 구간은 최근 변동이 있었으니 이런 루트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은 고객의 판단 방식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짧은 안내 한 줄이 단순한 가격 조정보다 더 강한 신뢰를 남긴다.

물류라는 산업의 본질은 단순한 운송 대행이 아니다.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최저가가 아니라 화물이 어떤 흐름 속에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설명해줄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신호다. 이제는 데이터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말의 구조가 곧 기업의 태도로 인식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변화는 거창한 시스템보다 언어의 정리다. 견적서가 아니라 안내서의 감각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 가격 제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을 함께 전달하는 것, 사후 해명이 아니라 사전 설명을 습관화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작은 안내 문화의 변화가 기업의 전체 인상까지 바꾼다.

앞으로 선택받는 물류회사는 고객에게 숫자가 아닌 기준을 전달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단가표를 보내는 조직이 아니라 상황을 해석해주는 파트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보다 구조를 먼저 설명할 줄 아는 조직이 신뢰를 얻는다. 업계는 지금 조용히 질문하고 있다. 회사가 가격을 전달하는 곳인지, 판단을 함께 설계해주는 곳인지 스스로 구분해야 하는 시점이다.

물류 현장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곧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