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골프 회동’ 그 후…바빠진 재계 총수들 움직임
韓재계 총수들, 美대통령과 약 7시간 동안 ‘골프 회동’ 관세 협상·투자·글로벌 협상 등 다양한 이야기 오갔을 것 재계 총수들, 귀국 후 바로 업무 복귀…‘직접 경영’ 나선다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대한민국 재계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7시간 동안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례가 없는 대기업 총수들과 美 대통령 간의 만남에서 관세 협상·투자·글로벌 협상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이후 재계 총수들의 행보 또한 덩달아 포커스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 소유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약 7시간여 동안 골프 회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장소다.
이 골프 회동에는 우리나라 빅5 대기업으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여러 관계자들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 여러 나라의 총수들은 라운딩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 차량이 아닌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했다. 진행된 라운딩에는 모두 12개가 참가했지만 4인 1조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한 조를 이뤘는지 정확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알려진 소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총수들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게리 플레이어, 미국 프로골퍼 브라이슨 디섐보와 한 조를 이뤘고, 한국 총수들은 별도 조에서 라운딩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골프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 재계 총수들에게 미국 내 투자에 대한 감사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세 문제 등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조선·에너지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를 독려한 사실도 전해졌다.
◆“바쁘다 바빠”…골프 회동 후 재계 총수들의 분주한 움직임 ‘포착’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마친 총수들은 즉시 현장으로 복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기업 운영에 직접 뛰어들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일 새벽 3시 인천국제공항에 전용기편을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이 빠르게 귀국한 이유는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모 음악회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도 20일에 바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오는 31일 개막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 역시 같은 날 오후 전용기를 이용해 한국에 도착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에 남아 현지 사업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직전에는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방문해 생산라인과 공정 현황을 직접 확인하며 해외 사업을 점검했다.
재계 관계자는 “강화된 대미 관세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현지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회동 후 바로 폴란드로 이동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폴란드 정부와 방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주포 K9과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요 무기체계 수출은 물론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기술 협력을 통해 유럽 방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국영 방산그룹과 협력 중이다. 김 부회장은 폴란드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점검차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집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투자 부담 완화와 분할 집행을, 미국은 일본식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며 견해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관세 등 세부 경제 협력에 구체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재계 총수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 없는 골프 회동은 이후 많은 산업과 교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동을 계기로 더 많은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