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거래은행 점검] ②현대차그룹, ‘설립 동기’ 하나은행과 58년 동행

수출 업무 강점 가진 외환은행과 협력…하나은행에 인수된 이후에도 동행 현대건설 인수 두고 갈등 이후 화해 행보…관련 사업도 함께

2025-10-24     정진아 기자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1967년 설립돼 수출에 주력하던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설립된 외환은행과 손을 잡았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흡수되며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하나은행과 58년째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주채권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10년간 하나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까지 외환은행을 주로 활용했다. 외환은행은 현대자동차 설립 연도인 1967년 한국외환은행법이 제정됨에 따라 외국환 전문 국책은행으로 창립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설립 이후 약 10년 동안 유일한 외환전문은행으로 외국환 관련 업무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특히 수출입업무취급실적은 1967년 3억5000달러에서 1976년 29억5000만달러로 약 8배 이상 증가했다.

1989년 12월 한국외환은행법이 폐지돼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후에도 외환은행은 외화 부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화 관련 업무에선 외환은행이 국내 1위였던 만큼, 수출이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현대차그룹은 다방면의 수출입 업무 노하우를 가진 외환은행과 손을 잡았다.

다만 갈등 없이 무난하게 관계가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2010년 현대차그룹과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인수 건으로 대립하기도 했다. 2001년 8월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던 현대건설은 엔지니어링사업부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철구사업부를 현대철구(현대스틸산업)로, 영농사업부문을 현대서산농장으로 분리하며 2006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2010년 9월 매물로 나오며 범현대가 내 인수전이 일어났다. 현대건설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범현대가를 일으킨 시작과도 같은 회사로, 정통성을 상징한다. 당초 현대건설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으나, 1990년 이라크 건설 공사 미수금으로 인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에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되찾으려 노력해 온 사이에 현대건설이 매물로 등장하자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정통성’의 상징이었던 만큼 현대차그룹도 인수전에 참전했다.

초창기 승자는 현대그룹이었다. 현대그룹은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며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건설 인수 주관사였던 외환은행은 현대그룹과 2010년 11월 지분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본계약을 앞두고 외부 차입 자금 관련 잡음이 제기됐다. 이에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간 MOU 체결까지 알려지자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체결한 양해각서를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에 예치해 둔 약 1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인출했고,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임직원에게 외환은행 급여통장을 타 은행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차순위였던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됐고, MOU 체결 이후 양사는 함께 사회적기업 육성 투자협약을 맺는 등 관계 회복 행보를 보였다.

2015년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인수된 이후에도 양사는 동행을 이어갔다. 지난달 18일 하나은행은 현대차기아·한국무역보험공사와 ‘자동차 산업 수출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