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거래은행 점검] ③SK그룹, 든든한 ‘백기사’ 하나은행과 33년 동행
2003년 소버린 경영권 분쟁 사태 때 하나은행에 자사주 매각해 의결권 확보 SKT-하나카드 지분 정리하며 전략적 협력 강화
기업이 대출을 비롯해 각종 여신거래 등을 주로 하는 은행을 주거래은행이라고 일컫는다. 대기업은 은행감독원의 여신관리규정으로 여신관리대상으로 정해지다 보니 특정 기업의 주거래은행이 어느 곳인지를 살펴 보는 것은 기업의 곳간을 분석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에 대해 다뤄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경제신문=최예헌 기자 | SK그룹의 주채권은행은 하나은행으로, 현재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주거래은행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1991년 하나은행이 은행업 인가를 받아 출범하고, 이듬해 SK그룹 주거래은행으로 선택되며 인연이 시작됐다.
2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SK그룹의 올해 주채권은행은 하나은행이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SK는 그룹 차원에서의 주거래은행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SK는 그동안 주로 하나은행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SK 계열사 SK텔레콤은 1992년부터 현재까지 약 33년간 하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앞서 하나은행이 소버린 사태 때 SK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함으로써 SK그룹과 하나금융그룹과의 관계가 끈끈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14%를 매입해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13%로 소버린보다 적어 위기를 맞았지만, SK는 보유 중인 자사주 5.5%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던 하나은행에 매각해 해당 자사주를 의결권으로 확보했다.
그 후 2010년 하나금융그룹과 SKT의 합작으로 ‘하나SK카드’가 출범하게 됐는데 이는 국내 최초 통신사-카드사 합작법인으로 하나금융 51%, SKT 4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SK카드가 지난 2014년 외환카드와 합병하면서 SKT의 하나SK카드 지분율이 15%로 줄어들었고, 2019년에는 SKT가 보유 중이던 하나금융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동맹 관계가 느슨해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2022년 SKT가 보유 중이던 하나카드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취득하며, 하나카드는 SKT 지분 일부와 SK스퀘어 지분을 취득했다. 이로 인해 하나카드는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같은 결정은 SKT가 하나금융그룹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진다.
SKT 관계자는 “자사는 하나은행을 오랫동안 주거래은행으로 삼아왔으며 당장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