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 변호사의 건설·부동산 이야기: 도대체 이자는 누가 내나?
‘중도금 이자 후불’, ‘중도금 무이자’…그러면 도대체 ‘이자’는 누가 내나?
한국금융경제신문=headlaner 기자 |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중도금 전액 무이자’나 ‘중도금 이자 후불제’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 계약 시, 계약자 관점에서는 당장 현금 지출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도금 대출 이자를 누가 언제 어떻게 부담하느냐’의 문제일 뿐 해당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두 제도를 먼저 쉽게 설명하고,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에서의 중도금 무이자 관련 법적 분쟁’이 벌어진 판례 사안을 토대로 관련 법적 쟁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중도금 무이자
의미: 수분양자가 아파트 등 건축물 신축 공사 기간에 중도금 대출이자를 ‘직접’ 내지 않습니다. 통상 시행사(또는 시공사)가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과 제휴해 그 기간의 이자를 부담합니다.
현실: 사업 주체가 부담한 이자 등 금융비용은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일부 반영될 수 있습니다. 즉, 수분양자가 ‘매달 안 낸 이자’가 최종 분양가격에 녹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중도금 이자 후불제
의미: 수분양자가 매달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내지 않고 통상 잔금(입주) 시점에 단번에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중도금 대출 무이자가 아니라 납부 시점만 미루는 제도입니다.
유의: 잔금 시점에 목돈이 필요하고, 대출 연장·보증료·수수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등 건축물 신축공정 지연 시 이자 기간이 늘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21158 판례 사안
1. 사건 개요
2011년경 한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계약금 10%,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조건이 제시됐습니다. 원고들(수분양자 400명 이상)은 ‘중도금 전액 무이자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중도금 이자 등 금융비용을 분양원가에 넣었다’며 시행사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각 50만원) 등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 청구의 주된 법적 근거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허위·과장·기만 광고 금지), 민법상 불법행위·부당이득, 분양가상한제 취지 위반 등이었습니다.
원고 청구에 대해 피고는 ‘중도금 무이자’는 수분양자가 공사 기간 이자를 직접 내지 않는다는 뜻일 뿐, 시장 관행상 사업주체가 부담한 금융비용을 원가 항목으로 처리하거나 분양가에 일부 반영하는 것까지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다퉜습니다.
2. 법원의 판단(쟁점별 판단)
① ‘중도금 전액 무이자’ 문구의 의미와 허위·과장 여부에 대해
해석 기준: 재판부는 ‘평균적 소비자의 일반적 인식’을 기준으로 위 문구의 의미를 해석했습니다. 그 결과 ‘무이자’는 ‘수분양자가 공사 기간 중도금 대출이자를 직접 납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일상 거래에서 ‘무료’ 문구가 쓰이는 방식(예: ‘무료 통화’, ‘1+1 행사’, 숙박의 ‘조식 무료 제공’)을 예로 들며, 이러한 표현이 ‘소비자가 추가 현금지출을 직접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해당 비용이 상품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분양 광고의 ‘중도금 전액 무이자’ 역시 ‘수분양자의 직접 이자 납부 면제’를 뜻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단지 그 문구만으로 표시광고법상 허위·과장 또는 기만적 표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② 이자 비용의 부담 주체와 분양가 반영 가능성에 대해
원고 측 주장은 ‘시행사가 낸 이자를 분양가에 넣었으니 ‘무이자’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업주체가 마케팅·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이를 원가 항목(예: 일반분양 관련 경비 등)에 포함하는 것은 시장에서 통상 가능한 처리’라고 봤으며, 그 자체로 소비자를 속인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수분양자들이 이를 알았다면 계약을 달리했을 것이라는 사정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이자’는 ‘직접 납부’의 문제이고, ‘원가 반영 여부’는 별개의 회계·가격결정 문제입니다. 둘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③ ‘분양가상한제’ 위반 여부에 대해
원고는 ‘금융비용을 원가에 넣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취지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행정청 승인 절차를 거쳐 상한제 범위 내에서 산정·공시된 분양가라면, 그 내부의 항목 구성만으로 곧바로 상한제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즉, 적법한 승인과 기준에 따른 가격결정이라면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④ 민법상 불법행위·부당이득·계약 취소 주장에 대해
위 쟁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광고가 평균적 소비자를 현저히 오인시키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고 보기 어렵고, 금융비용의 일부가 원가에 반영된 사정만으로 ‘부당’ 이득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무이자’가 ‘분양가에 금융비용이 전혀 없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계약의 중요 부분에 대한 중대한 착오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위와 같은 결론으로,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위 사건은 원고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및 상고까지 제기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1심 판결과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위 판결에서 보듯이, ‘중도금 대출 무이자’는 ‘당장 내 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뜻일 뿐, ‘상품 가격에 해당 비용이 전혀 녹아 있지 않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승인 절차를 거친 분양가라면 금융비용이 항목화돼 일부 반영되더라도 곧바로 불법·허위 광고로 보지도 않습니다. 다만, 광고·모집공고·계약서 문구가 서로 다르거나, 예외·조건을 작게 숨겨 놓으면 분쟁 소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수분양자들은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 ‘중도금 무이자’라면,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부담하는지?’, ‘무이자 유지 조건(대출 한도·신용도·승인 실패 시 처리 등)과 본인 부담 항목(보증료, 실행·중도상환·연장 수수료)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라면 수분양자가 잔금 납부 시 내야 할 총 정산액을 대략적으로라도 가늠해 보고, 취득세·이사비 등과 겹치지는 않는지 계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칼럼은 2015년 11월 4일 선고된 위 1심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 설명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금융환경·지침·판례는 변동될 수 있습니다. 실제 계약 전에는 최신 조건과 계약서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