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칼럼] 국가 경쟁의 새로운 언어가 된 스포츠문화

2025-11-03     headlaner 기자
박훈 한국금융경제신문 고문

한국금융경제신문=headlaner 기자 | 우리가 사는 21세기 세상의 ‘스포츠문화’는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넘어, 국가 정체성·외교·경제력과 깊이 연관된 현대 사회의 중요한 현상이 됐다.

스포츠는 본래 개인의 체력과 기술을 겨루는 문화 활동이지만, 국가 대항전 형태로 발전하면서 각국의 국가 이미지와 위신을 걸고 경쟁하는 장이 됐다. 예를 들어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은 국민 자긍심과 직결된다. 냉전 시대에는 미국 대 소련처럼 이념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은 산업화 이후 세계무대에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행사가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역시 국민의 단합과 자신감을 일깨운 축제였으며, 이를 통해 경제성장과 문화적 자신감을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웃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대국의 부상’을 상징하는 행사로, 세계무대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중동의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로 중동 최초의 개최국이 돼, 국가 인지도와 관광 산업을 강화하고 문화와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세계에 알렸다. 이렇듯 국제 스포츠대회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홍보하는 거대한 무대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 간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으로 문화와 경제가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 유니폼, 응원 문화, 전통 무용이나 노래, 깃발의 색깔까지 모두가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 표현 수단이며 SNS 시대에는 선수의 이미지, 팬 문화, 스포츠마케팅이 결합해 ‘소프트파워’ 경쟁으로 이어진다. 경기장의 열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보고, 때로는 비교하고, 또 배운다. 승리의 순간엔 환호가, 패배의 순간엔 눈물이 있지만, 그 모든 감정이 모여 ‘국가’라는 이름의 감정선이 된다. 또한,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산업, 관광, 고용, 도시 발전 등 여러 영역에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국제 스포츠대회는 경제적 파급력이 커서, 개최 여부 자체가 국가 경쟁의 대상이 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1971년 미·중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된 핑퐁외교는 냉전 구도 속에서 20여 년간 단절된 외교 관계가 풀리는 전환점이 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은 ‘경쟁보다 협력’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사례로 부각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 언론으로부터 평창올림픽은 ‘평화의 체전’이라는 평가와 찬사를 받았으며, 평화의 공존 가치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동을 전하는 상징적인 스포츠 행사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스포츠문화는 이제 국가 경쟁의 새로운 언어이며, 브랜드이기도 하다. 국가는 이제 ‘경기력’만이 아니라 ‘이미지’로도 승부를 원한다. 경쟁을 통해 갈등뿐 아니라 상호 이해와 평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이 됐다. 스포츠는 본래 인간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문화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운동장은 점차 ‘국가의 명예와 체면이 걸린 전장(戰場)’으로 바뀌었다. 이제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한 국가의 메달 개수, 대표팀의 승리, 경기장의 열기는 단순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됐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싸우는가’이며, 스포츠는 각국의 ‘가치관과 품격을 드러내는 창(窓)’이 됐다.

하지만 스포츠의 경쟁이 언제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민족주의나 승부 집착은 오히려 스포츠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승리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패배 속에서도 배움과 존중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가 경쟁력이며, 성숙한 스포츠문화의 시작이다. 결국 스포츠는 오늘날 국가의 경쟁이자 협력의 장이다.

경기는 끝나도 감동은 남고, 승패는 갈려도 스포츠의 정신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국가의 경쟁이 된 스포츠문화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쟁의 끝에 있는 인류 공존의 가치일 것이다.

운동장은 언제부터 전쟁터가 됐을까? 예전엔 단지 즐겁게 뛰고, 땀 흘리고, 서로를 격려하던 자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곳은 국가의 이름이 걸린 경쟁의 무대로 변했다. 누가 더 빨리 달리는가, 누가 더 멀리 뛰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강한 나라로 기억되는가의 싸움이 된 것이다. 경쟁이 깊어질수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스포츠는 본래 싸움이 아니라 연결의 예술이다. 공 하나, 트랙 하나에 수많은 인종과 언어, 생각이 담겨있고 얽혀 있다. 승부는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통해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한다.

오늘날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문화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 돼야 한다. 경기장의 승패가 곧 국가의 이미지로 이어지는 시대, 진정한 강국은 이기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다. 패배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말할 수 있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승자다. 스포츠는 결국 경쟁의 이름을 빌린 평화의 무대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남는 건 점수가 아니라 감동이며, 그 감동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서로 닮아있는지 다시 느낀다.

국가 간 경쟁이 과열된 스포츠문화는 애국심 고취나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갈등·차별·비윤리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의 경쟁이 된 스포츠문화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이다.

현대의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국가의 힘, 문화, 정체성이 맞부딪히는 세계무대’의 장이다. 세계가 함께 즐기고 누려야 하는 스포츠문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국제기구의 역할이 강화돼 정치적·인종적 발언, 편파 응원 등의 제재 강화와 분쟁지역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 프로그램이 꾸준히 확대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스포츠 본연의 가치가 회복돼 선수와 팬 모두에게 공정성, 존중, 우정 같은 올림픽 정신을 갖도록 스포츠맨십 캠페인 운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