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여행읽기] 여행, 중요한 건 ‘어디’가 아닌 ‘누구’와 함께하느냐
비바람 몰아친 궂은 날씨의 동해 여행이 즐거웠던 이유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성훈 기자 |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 3월, 그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친구의 권유로 신청했다가 덜컥 합격했던 ‘트래블리더(트블리)’ 덕분이었다. 코로나19로 만남과 여행이 주춤하던 시절이었던 탓에 오히려 안전하고 한적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취미가 같은 사람 수십명을 만난다는 건 신기한 기분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만큼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 다만 안타깝게도 주변에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타지에 사는 친구 몇 명이 다였다. 그러니 트블리를 통해 만난 40여명의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취미가 같은 모임이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사진과 여행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눈치 보이는 일이다. 때때로 맘에 드는 사진은 생각지도 못한 장소, 생각지도 못한 구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는 중간중간 갑자기 멈춰 사진 찍기 일수다. 그런 순간이 여행 내내 반복되면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은연중에 불편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여행과 사진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여행할 수 있다는 건 편하고 즐거운 일이다. 이미 활동한 지 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트블리로서 첫 팸투어가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1년간 활동하며 참가했던 여러 팸투어 중에서 하동과 남원, 사천, 동해 등의 팸투어는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날씨가 좋지 않았던 동해의 기억이 선명하다. 여행하는 먹구름이 껴있었던 하늘과 내리다 그치길 반복하는 비, 거센 바람과 파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함께했던 사람들 덕분이다.
함께 여행한다고 해서 모두와 친해질 수는 없는 만큼 품은 불만을 미처 파악하지 사람이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함께했던 사람들 중에는 그 궂은 날씨를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즐기자는 게 동해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탓에 일행 외에는 관광지를 찾은 사람이 없었던 탓에 마음 편히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질색했던 일행은 재미있게도 5년이 지난 지금, 가장 자주 보는 친구가 됐다.
고즈넉한 여유와 액티비티를 함께 즐겼던 하동과 그 당시 인기였던 드라마 촬영지가 있는 남원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 중 하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대부분이 하동에 푹 빠져서 2020년과 그 이듬해까지 2년간 10번가량 방문했을 정도다. 특히 녹차밭이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고 ‘십리벚꽃길’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봄과 ‘평사리 들판’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가을은 하동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트블리와 함께했던 2020년이 좋았던 이유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깨닫게 된다. 올해 초 혼자 떠났던 여행은 평생 처음 가져보는 혼자만의 여유로운 여행이었음에도 크게 즐겁지는 않았다. 그럴 때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