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투’, 주식은 괜찮고 주택은 안 돼?

2025-11-06     김선재 기자
사진=김선재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빚투를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식시장 활황과 관련한 ‘빚투’ 증가 우려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빚투’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대출을 크게 받아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생긴 말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같은 맥락이다.

‘레버리지’는 타인의 자본을 끌어와 자기자본 대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으로만 투자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투자 전략이다. ‘빚투’, ‘영끌’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레버리지’를 개인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을 ‘투기’로 규정하고, 여러 차례의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다. 그런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빚투’를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평가한 것은 정책 메시지에 혼란을 주기 충분하다. 정부 정책 기조 흐름에 맞으면 ‘좋은 빚투’, 어긋나면 ‘나쁜 빚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코스피 5000 달성’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권 부위원장이 해당 발언 뒤에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 또한 상당히 모호하다. 아무리 대출을 많이 받아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괜찮다는 건가? 그렇다면 대출은 왜 규제하나?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도 공교롭다. ‘10.15 대책’ 발표 이후 정부 주요 인사들의 ‘갭투자’가 드러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금융당국의 두 수장인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가 ‘나쁜 것’으로 규정한 방법으로 집을 구입하고, 부동산 거래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내로남불’ 비판에 휩싸였다.

그중에서도 이 원장은 참여연대 시절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보는 인식을 드러냈지만, 정작 본인은 아파트와 상가 각각 2채, 도로까지 보유한 ‘부동산 부자’였다. 이 위원장이 현재 거주 중인 개포 주공 1단지의 시세는 47억~50억원에 달한다.

정책의 일관성 못지않게, 그것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당국자의 행동과 발언도 중요하다.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태도로 정책을 밀고 나가도 시장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판에 스스로 정책 신뢰를 훼손시킬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