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확산 기대…규제 완화에 업계 ‘활력’
올해만 3곳 거래 성사, 구조조정 본격화 금융당국, 감독규정 개정으로 인수합병 절차 간소화 자본력 있는 그룹 유입으로 업계 체질 개선 기대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저축은행 업계에 인수합병(M&A)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총 3건이 성사된 가운데,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의 성장성과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며 업황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KBI그룹은 지난달 31일 상상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 지분 약 90%(약 1107억원)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내년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거래로 상상인그룹은 잔여 지분 10%를 보유하며, 일부 참여를 유지한다.
KBI그룹은 이미 지난 7월 경북 구미 본점의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저축은행업 진출을 시작했다. 당시 지분 60%를 확보했고, 심사 통과 후 나머지 30%를 추가 매입해 총 90%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로써 KBI그룹은 수도권(상상인)과 영남권(라온)을 잇는 저축은행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제조·에너지 중심의 산업 포트폴리오에 금융 부문을 추가해 그룹 경쟁력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 M&A는 한동안 진전이 없었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4월 교보생명은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3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까지 추가로 50%+1주를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SBI·라온·상상인 등 3건의 인수합병이 성사돼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에는 업황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계의 당기순이익은 2570억원으로, 전년 동기(-3958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연체율도 지난해 말 8.52%에서 6월 말 7.53%로 낮아졌다. 대출자산 구조가 개선되고, 고금리 국면에서도 예대마진이 유지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회복된 점이 M&A 수요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편도 시장 재편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정례회의에서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로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영업구역별 여신 가중치 조정 ▲중소형 저축은행의 비대면 대출 완화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포함됐다.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복수 영업구역 저축은행의 비수도권 대출에는 가중치 110%, 수도권 대출은 90%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위는 저축은행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합병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예대율 산정 시 중금리 대출의 일부를 분모에서 제외하도록 조정하고, 최근 2년 내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저축은행도 인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금융지주회사가 대주주인 경우 정기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실적 개선 ▲제도 완화 ▲대형 그룹의 진입이라는 3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며, 저축은행 산업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현장에서 즉각적인 변화가 보이진 않지만, 제도적으로는 중소형·지방 저축은행의 영업 활성화를 지원하려는 방향이 뚜렷하다”며 “정부가 제도적 환경을 깔아준 만큼, 업계 전반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 변동은 아직 크지 않지만,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나 잠재 매수자 입장에서는 ‘저축은행 시장이 다시 괜찮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생긴다”며 “직접적인 거래로 이어지기 전이라도, 시장 내 M&A 기대감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