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연말 CEO 인사 태풍 예고…임종룡 거취에 달렸다
10개 자회사 CEO 임기 일괄 만료 비은행 계열 실적 희비 속 ‘1년 임기제’ 첫 시험대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우리금융그룹의 14개 자회사 중 10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면서 교체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 종료되고, 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본격화함에 따라 이와 연계한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PE) ▲우리자산신탁 등 10개 자회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로 만료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변수는 임 회장의 연임 여부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조직 안정’을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CEO 전원이 임종룡 회장 체제서 선임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임을 앞둔 계열사 CEO 중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와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는 올해 호실적을 이끌어냈다.
남 대표가 이끄는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18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95억원) 대비 약 2.3배 성장했다. 남 대표는 작년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그룹에 합류한 후 우리종합금융을 거쳐 올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초대 CEO로 선임된 인물로, 한국포스증권 인수 및 종합증권사 라이선스 확보를 이끌며 단기간에 증권 부문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450억원의 적자를 내던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올 3분기 누적으로 약 15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수장인 이 대표는 2023년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에 오를 만큼 은행 영업에 정통한 인물로, 취임 후 부실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보수적 여신 전략을 펼치며 저축은행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3분기 기준 4대 금융그룹 산하 저축은행 중 흑자를 낸 곳은 신한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둘뿐이다. 신한저축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218억원) 대비 17.9% 감소했지만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KB저축은행은 25억원 순손실로 전년 동기(7억원) 대비 적자전환했고, 하나저축은행은 227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170억)보다 손실 폭이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CEO 인사에서 임 회장이 내세운 ‘책임경영’ 기조가 이번 인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은 2024년 초 계열사 CEO를 선임하며 ‘1년 임기제’를 도입했다. 금융권에서 통상 첫 임기 2년에, 1년 단위 추가 임기를 부여하는 ‘2+1 체제’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다. 당시 1년 임기로 선임된 인사는 ▲기동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범석 우리자산신탁 대표 ▲김건호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 ▲유도현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5명이다.
이는 성과에 따른 재신임과 교체를 빠르게 단행하기 위한 장치로, 올해 실적 부진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동호 대표의 우리금융캐피탈은 3분기 누적 11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157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김범석 대표의 우리자산신탁은 같은 기간 18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우리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 대비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대손상각비 부담 탓에 작년 흑자에서 올해 대규모 적자 전환으로 돌아선 것이다.
김건호 대표의 우리금융F&I와 정현옥 대표의 우리신용정보도 3분기 순이익이 각각 19억원, 9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83.9%, 47.1% 급감했다. 이는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고 사업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 회장의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차기 회장 선임 결과를 지켜봐야 자회사 CEO의 인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회장 인선이 연내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자회사 CEO 인사도 함께 미뤄질 수 있다.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 말에도 차기 회장 선임이 늦어지며 계열사 인사가 미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