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국가 경제 성장 위해 5년간 508조원 푼다

KB·신한 각각 110조, 하나 100조, 우리 80조 NH농협 108조 국민성장펀드에 10조씩 출자…전담조직 신설해 이행상황 점검 등 RWA 관리 숙제…RoRWA 등 자산 질 중심 성장 통한 건전성 관리

2025-11-10     김선재 기자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금융공급에 나선다. 사진=각사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금융공급에 나선다.

부동산 담보 중심의 소위 ‘이자장사’를 통한 손쉬운 이익 증가 방식에서 탈피해 투·융자, 모험자본 공급 등 국가 경제 및 첨단산업 육성·발전을 견인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 집중된 자금이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 국가·지역 인프라 등 경제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전환으로 시중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영역으로 돌리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또한 자본 규제 합리화를 통해 은행과 보험사의 생산적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기업이 성장단계별로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원으로 구성돼 ▲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미래전략산업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분투자, 초저리대출, 인프라 투·융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당초 국민성장펀드는 100조원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150조원으로 확대됐다. 관련해서 5대 금융그룹은 국민성장펀드에 각각 10조원씩 출자한다.

이와 함께 생산적 영역으로의 투자 확대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은행의 주식 보유 관련 위험가중치(RW) 규제를 조정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15%인 주담대 RW 하한을 20%로 높이고, 내년 1분기 중 은행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RW를 400%에서 250%로 완화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경우 위험가중자산(RWA)가 31조6000억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73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토큰증권(STO) 등 벤처·혁신·스타트업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을 신설하고, 대형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따라 5대 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508조원을 투입한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110조원 규모로 실시하고, 하나금융그룹 100조원, 우리금융그룹 80조원, NH농협금융그룹 108조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각 금융그룹은 단순한 금융지원을 넘어 계열사별 혹은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을 신설해 유망산업 및 관련 기업 발굴, 추진상황 점검 등 속도감 있는 생산적 금융 이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계열사 사장단 포함 21명의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생산적 금융 추진 방향과 함께 세부실행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실적을 점검한다. 은행에는 첨단전략산업 전담 심사부서를 신설하고, 생산적 금융 중심 기업대출 확대 및 기업발굴·성장지원 등을 수행하는 전담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증권의 경우 미래산업 리서치 강화를 위한 리서치 조직을 재정비했고, 자산운용에는 첨단전략산업 운용실을 신설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9월, 은행·카드·증권·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그룹 통합 관리조직인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새로 설치했다. 이 조직은 ▲분과별 추진 과제 및 목표 설정 ▲유망산업 및 혁신기업 발굴 위한 전략 구체화 ▲자본 영향도 분석 및 자본 관리 방안 마련 ▲자회사별 의사결정기구(이사회 등) 통한 실행력 제고 ▲프로젝트 추진 성과 모니터링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행 수준을 격월 단위로 점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증권·카드·캐피탈·보험·자산운용·VC 등 전 관계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를 구축했다. TF는 ▲관세피해기업 지원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디지털금융 주도 ▲전국민 자산관리 지원 등 6개 분야에서 전사적 실행계획을 수립, 주요 계열사의 협력을 통한 직·간접투자 민간기금 출자를 비롯해 인프라·스케일업·인수금융 등 복합 투·융자 자금을 공급한다.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계획을 발표한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이 주재하고, 은행·보험·증권·카드·자산운용 등 9개 자회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통해 자회사별 준비 및 진척 현황을 점검하는 등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 이행에 들어갔다.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달 2일부터 ▲모험자본·에쿼티 분과 ▲투·융자 분과 ▲국민성장펀드 분과 등 3개 분과의 실행 구조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가동 중이다. 또한 회장 직속의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관련 진도 상황과 자회사간 협력체계를 직접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적 영역으로의 금융 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에 대한 투·융자 확대 등 적극적인 기업금융 공급은 필연적으로 RWA 증가 등 자산건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각 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 확대와 관련한 자산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질’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재무담당 상무(CFO)는 지난달 30일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원 금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희들의 자산구조를 RWA 질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제를 병행하는 부분”이라며 “자산구조가 부동산 금융 쪽으로 치우쳐있는 부분이 있는데, 제조업 중심으로 RWA 질을 높여가면서 전환시켜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상영 신한금융그룹 재무부문장(CFO)는 같은 달 28일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이 성장의 중심으로 들어갈 텐데, 상대적으로는 기업대출 쪽에 자원 배분을 기존에도 많이 하고 있었다”면서 “전체적으로 관리는 기업대출 쪽 비중이 커지겠지만, 전체적인 틀 속에서 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재무부문장(CFO)는 “매년 약 20조원의 자본을 투입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RWA(위험가중자산)은 연간 약 12조원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며 “펀드,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RWA가 증가하게 될 테고, 조금 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에 포커스를 해야 한다고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80조원 관련 5년간 RWA 영향은 약 절반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부분 자본비율을 어떻게 커버하느냐가 주요 이슈사항일 것”이라면서 리금융이 기업금융 영업 노하우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축적됐다.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심사 역량 기반으로 자산 건전성과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