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은행업, ‘TSR 시대’에서 ‘ROE 시대’로

최근 2년 TSR 중심 상승세 마무리, 질적 성장 국면 진입 안정적 자본 여력 속 ‘총주주환원율 50% 시대’ 성큼

2025-11-12     김미소 기자
 내년 은행업의 초점이 단순한 배당 확대에서 이익의 질과 자본 효율성 개선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사진=각사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내년 은행업의 초점이 단순한 배당 확대에서 이익의 질과 자본 효율성 개선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년에는 충당금 축소와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 성장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신한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은행주는 배당·자사주 매입 등 총주주환원(TSR) 확대 규모가 주가를 좌우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 집중돼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과 ROE보다는 TSR이 핵심 투자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자본 효율성 중심의 장기 성장 국면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이제는 이익의 질을 대변하는 ROE 개선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단순히 TSR 확대가 아닌, ROE 중심의 성장 단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현금을 얼마나 환원하는지가 아니라, 환원 이후에도 기업가치가 확대될 수 있을 만큼 실적 체력이 탄탄해지는지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2026년 은행업 전체 지배순이익은 2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2.7%)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방 압력과 비이자손익 변동성으로 성장 폭은 제한적이다.

핵심 변수는 대손비용(충당금) 감소다.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과 부동산PF 부실 정리 마무리로 추가 충당금 환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6년 은행 지주사 그룹의 대손비용을 11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2025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총자산 대비 대손비용률도 2025년 0.31%에서 2026년 0.30%로 하락세로 전환될 전망이며, 이는 실적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인 요소다. NIM 압박이 이어져도 충당금 부담 축소가 실적 방어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또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높은 자본비율을 확보하고 있어 2026년부터는 ‘총주주환원율 50% 시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KB금융의 2026년 주주환원율을 53%,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50% 수준으로 전망했다.

주주환원율이 확대되면 ROE 개선 효과도 동반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총주주환원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본 효율성이 높아져, 이익 증가 폭이 크지 않더라도 ROE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2년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DPS(주당배당금)를 크게 늘려, 2026년 기대 배당수익률이 4%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총주주환원 수익률은 7%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도 중장기적으로 성장 기회를 넓힐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위험가중자산(RWA) 확대 등으로 자본비율 부담이 생길 수 있으나, 자본시장·카드·운용 등 자회사 역량이 강화되면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커지며 지주 전체의 ROE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 연구원은 “생산적 금융 전환에 따른 자본비율 약화 불가피하나 하락 폭 우려보다 크지 않으며 생산적 금융 핵심성장산업 대출의 경우 기업 여신을 연간 약 6~7% 증가시키는 수준으로 부담이 매우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 연구원은 “생산적 금융 전환은 단기적으로 은행 건전성과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나 중장기 비은행, 비이자 부문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며 “자금 공급의 축이 대출에서 투자로 이동하며 증권·캐피탈·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자회사의 사업 확장과 수익 다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제 측면에서도 긍정 요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감액 배당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부터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시행되고, 2027년에는 비과세 한도 확대가 예정돼 있어 개인의 은행주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은행주의 하락 요인으로 꼽혔던 정책 리스크도 점차 진정되고 있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담합 이슈 등은 대부분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배드뱅크(새도약기금) 출연금 또한 2025년 4분기 중 비용으로 반영되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