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式 ‘고객 혁신’…신한금융,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 실시간 공유

금융권 최초 전체 자회사 참여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 금융소비자 중심 금융혁신 모델 구축 이정표 제시…‘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보이스피싱 예방, 그룹 통합 전략 발전…첨단기술 접목, 예방 능력 강화 지속 진옥동 회장, 적극적 ‘고객 중심’ 가치 실현 통한 ‘고객 혁신’ 강조 “AI·디지털 기술 통해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금융환경 만들 것”

2025-11-13     김선재 기자
사진=김선재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를 그룹 내 주요 자회사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날로 지능화·대형화하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금융회사 간 체계적인 정보 공유가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그룹 전체가 참여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썼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인 ‘고객 중심’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보이스피싱 예방 활동, 그룹 차원 통합 전략으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회사는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통해 사기 계좌와 피해 계좌를 탐지해왔다. 그러나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동일 금융기관 내에서만 정보 공유를 허용해 카드사·험사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2019년 금융지주회사법 법령 해석에 따라 자회사간 보이스피싱 사기예방 목적 금융거래정보 공유는 ‘내부경영관리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엄격히 금지됐다. 이로 인해 실제 범죄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신속한 공조가 불가능했고, 범죄 피해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신한금융그룹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핵심 자회사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조직했다. 이후 법령 재해석을 포함해 다양한 실행 방안을 모색하며 그룹이 공동으로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했다. 지정 이후에도 금융위원회 주관 보이스피싱 관련 간담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기대 효과를 공유하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이같은 노력은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던 보이스피싱 방지 활동을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를 시작으로 AI 기반 FDS 고도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기 패턴 예측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보이스피싱 예방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전 금융권 공동대응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근절을 넘어 금융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금융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관련해서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9월 24일 ▲경기도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경기납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SK텔레콤(주) ▲(주)케이티 ▲(주)엘지유플러스 등 8개 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해당 기관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예방 강화를 위해 ▲피해 현황 파악 및 사례 수집 ▲피해 예방 홍보 ▲취약계층 예방 교육 추진 ▲피해 예방 지원 전문인력 양성 ▲피해 예방 콘텐츠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혁신금융서비스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금융권의 경계를 허물고,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금융의 본질을 실천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혁신 모델로서 금융사기 예방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안정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번 혁신금융서비스가 고객에게 체감되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I 기반 탐지 기술·서비스 확장…금융사기 근절 선도 모델 구축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별로 보이스피싱 예방 및 피해 구제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신한은행은 2022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도입한 이후 이를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해당 ATM은 AI 딥러닝을 통해 연령대별 거래 패턴을 학습·분석해 고객이 거래 중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선글라스·모자 착용 등 보이스피싱 의심 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즉시 탐지해 경고 문구를 안내한다. 이를 통해 범죄 발생 전 단계에서 예방 효과를 높였다.

지난 1월에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탐지모델을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안티-피싱 스마트 3.0’에 탑재했다. 기존 시나리오 기반 탐지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이 모델은 보이스피싱 사고 유형을 학습해 유사 패턴의 이상거래를 정교하게 탐지할 수 있다.

고객 편의성도 강화했다. 올해 1월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모바일 신청 시스템을 오픈했다. 기존에는 피해 고객이 반드시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바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어 고객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아울러, ‘지켜요’ 플랫폼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맞춤형 보안서비스 가입을 지원한다. 해당 플랫폼은 고객의 보안 점수를 산출해 또래 집단과 비교해주며, 금융감독원 ‘소비자경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해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은행연합회 전화번호 진위확인 서비스, 법무부 24시간 찐센터,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노출 예방 서비스 등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한다. 은행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담당 책임자(전담창구) 운영을 통한 보이스피싱 예방 및 신속한 피해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은행권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보이스피싱 피해방지를 위한 상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신한카드는 가족 중심의 보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공 중인 ‘가족 피싱 지킴이’ 서비스는 휴대폰에 악성 앱이 탐지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연결된 가족·지인 최대 4명에게 실시간 알림을 제공한다. ‘신한 SOL페이’ 앱이 꺼져 있어도 24시간 탐지가 가능해 범죄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6월에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서비스 ‘신한 SOL이 지켜드림’을 출시했다. 만 55세 이상 고객이라면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분실·도난 사고 시 최대 100만원, 피싱 금융사고 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9월 말 금융투자업권 최초로 ‘안심회선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 명의의 휴대폰 개통 이력을 조회해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을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SKT 등 통신사와 협력해 ‘통화 패턴 AI 분석을 통한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연내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통화 패턴을 실시간 분석, 비정상적인 행위가 감지될 경우 즉시 경고,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부터 생명보험업권의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 시행에 맞춰 자체 이상거래탐지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피해 건수와 금액이 크게 감소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I 기반 탐지 기술과 모바일 서비스를 지속 확장하고, 당국과 협력을 강화해 금융사기 근절의 선도 모델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 ‘고객 중심’ 경영철학 반영…“금융소비자 체감 안전한 금융환경 조성”

신한금융그룹의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는 진 회장의 ‘고객 중심’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있다.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고수해 온 그의 ‘고객 중심’ 경영철학은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기업시민’으로서 금융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2023년 취임사에서 “고객 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신한과 함께하는 것이 고객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3월 주주 서신에서는 “외형과 손익이 미래의 생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혁신과 고객의 목소리를 경영전략 방향 설정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중심’ 가치 실현을 통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고객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 회장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안전과 신뢰를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라면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금융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