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은행을 가다] ③베트남 우리은행 “3~4년 내 외국계 은행 최상위권 진입”
설립 후 자산 50% 이상 성장…기업금융·리테일·WM 전면 확장 현지 인력 95%·모바일 앱 ‘WON Vietnam’ 가입자 수 105만명 기업금융·QR결제·전자지갑·PB센터까지 맞춤형 전략 바탕 성장세 지속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인 베트남 우리은행은 급성장하는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기업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에 주력하며 그룹의 글로벌 전략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트남 우리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육박하는 동남아시아의 거대 시장으로, 젊은 노동력과 내수 시장의 확대를 기반으로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층 비중이 높으며, 중산층의 빠른 증가로 소비시장 역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위에 내수 시장이 결합되면서, 베트남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신흥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 7%를 상회했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경제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대 이후 한국은 베트남의 핵심 투자국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한국에서 은행과 대기업이 손잡고 국가 경제를 이끌었듯이, 현재 베트남에서도 4대 국영은행과 대기업들이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를 ‘제2의 본점’으로 삼는 그룹 차원의 전략 하에 베트남 우리은행을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며, K-금융의 우수성을 현지에 전파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베트남 우리은행은 현지 시장에 맞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괄목할 성장을 이뤄왔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9개 외국계 은행 중 중위권에 위치하지만, 그룹의 ‘2nd Home’ 전략에 따라 향후 3~4년 내 외국계 은행 중 시장 점유율 최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우리은행은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 ▲다낭 ▲껀터 등 5대 도시에 총 28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2025년 9월 기준 약 900명의 직원 중 95% 이상이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은 타 국가 대비 이직률이 높은 편이어서, 베트남 우리은행은 체계적인 인재 육성과 복지 향상 등으로 우수 인력의 조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지점 수는 향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윤희준 우리은행 베트남 법인 부법인장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지점을 28개까지 확장한 후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한 해였으며, 내년부터는 현지 행정구역이 변경됨에 따라 네트워크 확대 계획을 수립 중이다“고 말했다.
베트남 금융시장은 증권·보험 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은행업의 비중이 크다.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기업금융 또한 여수신 등 은행의 전통 업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윤 부법인장은 “우리은행 베트남 법인은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시 계좌 개설, 여수신, 카드, 기업, 전자금융서비스에 더해 모행에서 검증된 FX/파생 등 선진 기업금융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며 원스톱 지원하는 차별화된 기업금융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의 ‘현금 없는 사회’ 정책 기조에 맞춰, 베트남 우리은행은 송금, 공과금 납부, 전자지갑 등의 기능을 통해 포용적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QR 결제 가맹점 확대, 전자지갑 서비스 도입 등도 진행하고 있어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앱 ‘WON Vietnam’은 올해 6월 기준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9월 말 기준으로 105만명에 이르렀다. 해당 앱을 통한 고객 누적 결제 건수는 300만건을 넘어섰다. 베트남의 카카오톡인 ‘Zalo메신저’와 연동된 더치페이 기능도 MZ세대 이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내년 4분기에는 현지 UX/UI에 최적화된 ‘New WON’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베트남 법인에 2억달러를 증자하는 등 자본금을 지속적으로 증액하고 있다. 이러한 증액의 주요 목적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한국 모행 및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의지로 해석된다. 성과 역시 뚜렷하다. 베트남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2020년 말 20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9월 30억달러 수준으로 약 50% 성장했다.
윤희준 부법인장은 “실제 자본금 증자 이후에도 1년 반 사이 증자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3억달러 정도의 자산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금융 확대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여신 포트폴리오는 기업대출 60%, 리테일 대출 40% 수준으로, 향후에는 리테일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 중산층 이상 직장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홈론(주택담보대출)과 카론(자동차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윤 부법인장은 “과거에는 모행 기업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지상사 중심 영업전략을 펼쳤으나, 최근에는 현지 개인고객을 적극 공략해 지속 성장 기반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WM) 부문도 본격화되고 있다. 베트남 우리은행은 하노이에 프라이빗뱅킹(PB) 전용 지점 ‘Two Chairs’를 개설했으며, 고액 자산가를 위한 대여금고와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여금고를 도입한 것은 외국계 은행 최초로, 현지 은행에서도 드문 경우다.
아직 베트남은 선진국의 은행처럼 펀드나 보험 등 자산관리 상품을 취급할 수 없고, 신용카드 이용도 활발하지 않아 기초 인프라부터 차근히 구축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시선도 아직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는 현금을 보관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여전히 금고를 사용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윤 부법인장은 “현재까지는 베트남 내 자산관리 가능한 범위가 크지 않으나 향후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해 ‘투체어스’라는 브랜드와 점포 콘셉트를 도입했으며, 지금 단계에서는 미리 기반을 다져두고 고객 경험을 쌓는 것이 목적”이라며 “조만간 VVIP카드를 만들어 WM마케팅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규제 환경 대응도 철저하다.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신용기관법 개정에 따라 대출 한도 축소,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 강화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됐지만, 베트남 우리은행은 이미 본점 수준의 리스크 통제 시스템과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 법인 체계 자체를 그룹에서 독자적으로 구축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윤 부법인장은 “여신이나 자금운용, 내부통제 등 리스크가 수반될 수 있는 대부분의 업무를 이미 모행 수준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고 있어 신용기관법 개정에 의한 제도 변경이나 규제 강화 내용들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적 역시 호조세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수익 1억달러를 달성했으며, 올해 역시 역대 최고 실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체율 또한 현지 최상 수준인 0.5%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다.
윤희준 부법인장은 “최근 수년간 현지 은행들이 한국 FDI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본격화할 만큼 경쟁이 심화되며 과거만큼 수익이 급성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나,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4분기 마무리영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향후에도 기업금융과 리테일, 자산관리 등 전 부문에서 현지 맞춤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지 속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K-금융의 확산을 선도하는 주요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