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은행을 가다] ④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 “기업금융 기반으로 외은지점 한계 넘겠다”
기업금융 기반에 디지털 결제·리테일 사업 확장 KB그룹 글로벌 육성체계로 조직 경쟁력 강화 규제 변화 대응하며 중장기 성장 로드맵 본격 가동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기업금융 역량과 디지털 지급결제 경쟁력을 앞세워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자산은 개점 초기(2019년) 대비 2.63배, 순이익은 첫해 대비 13.7배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점진적 시장 진입 전략 ▲종합 기업금융 확대 ▲디지털 결제 기반 구축 ▲현지 인재 육성 등 다각적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KB국민은행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며 현지 법인이 아닌 지점 체제를 선택했다. ▲인허가 절차 ▲대출 심사 기준 ▲금융 규제 등 현지 제도 환경을 종합 고려해 안정성을 우선한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지점 체제는 영업망 확장에는 제약이 있지만, 본점의 심사·리스크관리·네트워크 지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초기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한조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베트남 금융 규제와 인허가 절차를 감안할 때 지점 기반으로 단계적 영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점 이후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의 핵심 사업은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에게 여신을 공급한 결과, 지점의 여신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단순 대출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자본금 계좌 ▲운영자금 계좌 ▲급여이체 서비스 ▲펌뱅킹 제공 등 종합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여 기업 고객의 다양한 금융 수요를 한곳에서 충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업금융 부문의 확장과 함께 지급결제, 국제송금, 외환 같은 거래성 업무가 안정화되며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도 증가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수익구조의 균형을 위해 리테일 금융 기반도 구축 중이다.
소한조 지점장은 “현재 하노이지점은 베트남 현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담보대출 상품을 파일럿 운영 중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개인 균형성장을 목표로 기반을 착실히 쌓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현금 없는 사회’ 정책에 발맞춰 디지털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QR결제 인프라 구축이다. 2023년 VNPT E-Pay와 MOU를 체결하며 현지 QR결제 네트워크에 진입했고, 이를 통해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롯데몰에 QR결제와 펌뱅킹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소 지점장은 “디지털 서비스 활성화 초기에는 시스템 안정화를 중시하여 거래 규모가 서서히 증가하는 단계지만, 동시에 이용 패턴을 분석해 모바일 앱의 UI/UX를 개선하는 등 고객 편의성 제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현지 고객용 ‘KB스타뱅킹 글로벌’ 앱을 통해 QR 스캔부터 결제까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이체 서비스, 공과금 납부 및 휴대폰 요금을 쉽게 납부할 수 있는 Top-up 서비스 등 고객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플랫폼 연계 금융 서비스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현지화를 위해 현지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개점 당시 18명이었던 조직이 영업 성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려와 현재 총 직원 32명 중 27명이 베트남 현지 직원이다.
하노이 지점의 인력 전략은 ‘잠재력 있는 인력을 채용하여 실무와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양성 하는 것’이다. 소 지점장은 “현지 우수 대학 출신 인재들을 신입으로 채용해서 업무 OJT는 물론 무료 한국어 교육에 참여시키고 매년 매니저평가, 동료평가 등의 피드백을 통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인재육성 제도인 NEXT 프로그램(현지 신입직원부터 관리자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입부터 관리자까지 단계별 역량 개발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소통·신뢰·협업 기반의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 변화에 대한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2024년 7월부터 개정된 신용기관법 시행으로 동일인 대출한도 축소, 특수관계인 거래 공시 의무 강화 등 은행 건전성 규제가 한층 엄격해졌다.
KB국민은행 하노이 지점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우량기업 중심으로 재점검하고, 내부통제·KYC·공시 프로세스를 강화해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 지점장은 “외은지점 특성상 승인·보고 체계가 더 엄격하지만, 본점과의 협업을 통해 자본 운용·리스크 한도 조정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규제 변화에 맞춘 보수적 접근을 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선택·집중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 자산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점의 중장기 전략은 단순한 리스크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하노이지점은 기업금융 중심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IB여신·현지기업 대출 등 신규 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급결제·디지털 채널 역량을 고도화하고, 상품 취급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문 인력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리테일 시장 진출 역시 중장기 전략의 주요 축이며,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기반 금융서비스와 데이터 활용이 확대되는 베트남 금융환경 변화와도 맞물린다.
소 지점장은 “KB국민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고객에게 신뢰받는 금융파트너’라는 브랜드 가치와 한국 내에서 축적한 종합금융 역량으로 하노이지점은 이를 현지화해 우량기업 중심의 안정적 포트폴리오, 디지털 기반 지급결제 경쟁력, 현지 고객 확대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중심의 금융서비스 확장, 리테일 진출,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으로 외은지점의 한계를 넘는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