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첫 공식 인사로 ‘뉴삼성’ 시동…노태문·전영현 투톱 체제

사법 리스크 해소 후 첫 사장단 인사…2인 대표이사 체제 복원 ‘경영 안정’과 ‘미래 기술 선점’ 동시 목표

2025-11-25     김성훈 기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성훈 기자 | 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뉴삼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노태문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에 그대로 유임되면서 삼성전자의 투톱 체제가 복원됐다.

◆‘이재용의 남자’ 노태문 사장, 갤럭시 Z 시리즈 개척 성과…MX 사업 혁신 주도

최근 삼성전자는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7월 이재용 회장이 대법원 3부로부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10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후 진행된 첫 사장단 인사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노태문 사장은 ‘이재용의 남자’라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2007년 만 38세의 나이로 상무에 오른 데 이어 2011년 전무, 2013년 부사장 등 6년 만에 부사장까지 오르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2021년 12월부터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을 맡은 노태문 사장은 이후 당시 사법 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재용 회장을 대신해 활발한 외부활동을 펼쳤다. 2022년 조코 위도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한국 방한 당시 삼성그룹 대표로 인도네시아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눈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를 위한 미국 방문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 경영자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2023년 4월에는 경기도 수원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방문한 라켈 페냐 도미니카공화국 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을 수차례 보좌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던 2020년 10월에는 베트남 출장에 동행해 응우옌 쑤언 푹 전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배석했고 2022년 10월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만남에 함께했다.

2020년부터 무선사업부(현 MX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노태문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며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 시리즈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힘썼다. 무선사업부장으로 선임 이후 첫 공식 무대에서 S20 시리즈를 발표한 데 이어 S23까지 차례로 선보였다. 2011년 처음 출시된 이후 S펜을 활용한 생산성과 대화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노트 시리즈를 단종시키는 결단을 내린 것도 노태문 사장이다. 특히 갤럭시 Z 시리즈의 라인업을 구체화하며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대를 개척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수시인사를 통해 갤럭시 S25 개발 성공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주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부사장이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하며 노태문 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 HBM 주도권 탈환 주력…파운드리 2나노 수율 개선 박차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 SAIT(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을 맡고 있던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SAIT 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반도체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후임 SAIT 원장은 기초과학 및 공학 부문 석학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위촉됐다.

전영현 부회장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기술과 실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며 파운드리에서 TSMC와 경쟁하기 위해 첨단 공정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LG반도체 D램 개발팀 연구원으로 일하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전영현 부회장은 2017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이사회 의장, 미래사업기획단 부회장을 거쳤다. 2024년 11월부터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 원장을 겸임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4년 5월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임명했다. 2023년 반도체사업 부문이 4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자 그 타개책으로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설계부터 사업까지 모두 경험한 전영헌 부회장을 적임자로 발탁했다.

DS부문장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은 두 달 뒤인 2024년 7월 4일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시 조직으로 퍼져 있던 HBM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합치면서 HBM 개발팀을 구성하기도 한 만큼 여러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핵심인 HBM 사업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행보로 평가받았다.

전영헌 부회장의 취임 이후로도 2025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의 반도체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전영현 부회장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6세대 HBM인 HBM4에 ‘1c D램’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1c D램은 SK하이닉스가 HBM4에 적용하는 ‘1b D램’ 공정보다 한 세대 앞선 공정이다. 해당 공정을 이용한 HBM4 양산에 성공한다면 삼성전자의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한층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에도 적자를 이어오고 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하반기에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8월 애플과의 신기술 칩 생산 소식이 퍼졌다.

반전을 노리고 있는 첨단2나노 공정도 희소식을 전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 수율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던 올해 1월에 비해 크게 증가해 4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내년 말까지 2나노 생산능력을 2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으며 핵심 고객사들과의 초기 협업과 강화된 공정 제어 체계, 빨라지는 연구개발(R&D)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경기도 평택시 고덕삼성로에 짓고 있는 첨단 반도체 공정 P5도 건설 공사 재개 소식을 알렸다. 반도체 업황 침체와 적자 부담으로 중단된 지 약 2년 만으로, 기존 4공장(P4)보다 더 큰 클린룸 6개 규모다. 생산은 2028년부터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짓는 다섯 번째 반도체 공장인 P5는 HBM에서 파운드리, 패키징을 단일 동선으로 묶은 ‘통합 메가 팹’으로 조성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HBM 사업 주도권의 핵심이 될 HBM4E와 HBM5 생산이 P5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측은 “MX,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이 MX사업부장·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한다”며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하에서 경영안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