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트래블로그 사용기] 베트남, ‘현금 없는 사회’ 어디까지 왔나

하나 트래블로그로 베트남 디지털 결제 현주소 체험

2025-11-25     김미소 기자
베트남은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직접 하나 트래블로그 카드를 들고 베트남 현지를 누비며 그 변화가 일상에 얼마나 자리 잡았는지 체감해봤다. 사진=김미소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베트남은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본지는 직접 하나 트래블로그 카드를 들고 베트남 현지를 누비며 그 변화가 일상에 얼마나 자리 잡았는지 체감해봤다.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를 발급받았다. 해당 카드는 ‘하나원큐’ 어플로 신청 시 당일 인천공항에 위치한 STM(Smart Teller Machine) 기기에서 수령이 가능하다.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과 2여객터미널 모두 기기가 설치돼 있어 출국 직전에도 간편하게 카드 수령이 가능했다.

하나은행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영업점과 STM 기기. 사진=김미소 기자

STM은 상담원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영업점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셀프 뱅킹 창구다. STM 기기 화면에 표시돼 있는 ‘하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바로 받기’ 버튼을 누르면 즉시 상담원과 연결되고, 신분증 스캔과 영상통화를 통한 신분 확인이 끝나면 카드가 발급된다. 발급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비대면 실명 확인 업무는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시간 내에만 발급이 가능하다.

이번 출장에서는 최대한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현금 없는 사회’ 정책과 QR 결제의 급속한 확산이 그 배경이다.

베트남 그랩 결제 내역과 베트남 내 마트, 식당, 쇼핑몰 모습. 사진=김미소 기자

베트남 현지에 도착하자 우려와 달리 카드 사용 가능 범위는 기대 이상이었다. ▲Grab(그랩) 앱 ▲대형 쇼핑몰 ▲편의점 ▲마트 ▲음식점 ▲카페 등 대부분의 주요 상권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특히, 그랩은 한국 카드 등록 시 택시 호출과 음식 배달 등이 모두 가능했다. 트래블로그의 경우 결제 시 자동으로 원화가 외화로 환전돼, 따로 환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는 점도 편리했다.

예외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카페 브랜드인 ‘콩카페’의 경우 카드 결제가 가능한 지점이 존재하는 반면, 현금 결제만 가능한 지점도 존재했다. 그랩을 통한 주문 시 느린 네트워크로 인한 앱 오류로 결제가 불가한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직접 만나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했는데, 직접 결제는 현금만 가능했다. 직원에게 팁을 지불할 경우에도 현금을 사용해야 했다.

우리은행 ATM 기기 화면. 사진=김미소 기자

이에 베트남에 위치한 한국계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우리은행 ATM의 경우 베트남우리은행에서 발급한 카드와 NAPAS 로고가 있는 카드만 거래가 가능했다. 신한은행 ATM의 경우 마스터카드와 VISA카드 모두 인출이 가능했으나, 소액의 수수료가 발생했다. 이외 베트남 현지 은행인 VP Bank, TP Bank 등에서는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디지털 전환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QR 결제의 확산이었다. 일반 음식점과 쇼핑몰은 물론 아니라 길거리 음식점이나 노점상에도 ▲VNPay ▲MoMo ▲ZaloPay 등의 QR 코드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최근 2~3년 사이 QR이 급속 확대돼 현재 노점상의 60~70%가 QR을 사용한다”며 “다만 로컬 시장은 현금 비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고 QR, 디지털 결제 비중이 매우 높다”며 “일상 결제에서 현금 사용은 극히 적고 대부분 QR, 카드, 디지털 지갑을 사용하며 고액 현금 결제는 부자들이 추적 회피를 위해 사용하는 특수한 사례 정도로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Zalo앱 QR결제 사용을 위한 계좌 등록 탭. 베트남 현지 계좌로만 등록이 가능하다. 사진=김미소 기자

아쉬운 점은 외국인 입장에서 QR 결제 이용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베트남 현지 은행 계좌와 바이오 인증이 필요해 베트남 현지 계좌가 없는 관광객은 등록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단순 여행객 입장에서는 QR 결제를 위해 현지 계좌를 발급받기도 번거롭다.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은 현금, 카드, QR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카드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QR로 넘어간 구조라 외국인 상용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이 NAPAS(베트남 QR망) 및 현지 결제앱(ZaloPay 등)과의 연계도 검토하고 있어, 한국 계좌 기반의 QR 간편결제 서비스가 내년 중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확산 중이나, QR 기반 시스템은 외국인에게 장벽이 존재하고 소규모 상점과 노점에서는 여전히 현금이 유효하다.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현실적인 결제 전략은 ‘카드+현금’ 병행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