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늘어난 해약준비금에 요원한 배당…제도 개선 언제쯤

3분기 해약준비금, 이익잉여금 증가 속도 넘어서 생보·손보 모두 준비금 비중 확대…배당 여력 ‘급감’

2025-11-26     옥준석 기자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 배당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옥준석 기자 | 올해 3분기에도 보험사의 이익잉여금 증가 속도보다 해약환급준비금(해약준비금)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배당 등 주주환원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보험사의 보험계약마진(CSM) 중심 영업 전략에 따른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의 보험업 규제 움직임은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전략과 맞물려 완화 기대감을 키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생보사) 4개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손보사) 5개사의 해약준비금 규모는 이익잉여금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생보사 4곳의 해약준비금은 8조481억원으로, 6월 말 대비 6.13% 증가했다. 손보사 5곳은 19조7011억원으로, 같은 기간 5.19% 늘었다. 반면, 이익잉여금 증가율은 각각 2.21%, 4.90%에 그쳤다.

해약준비금 증가가 빠르게 늘어나며 이익잉여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상기 생·손보사 이익잉여금 중 해약준비금 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58.13%, 40.7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각각 9.64%p, 4.85%p 높아진 것이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 중 배당 등을 위해 쌓아둔 금액이다. 해약준비금은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때 발생하는 해약환급금 지급 의무 이행을 보험사가 미리 적립하는 금액이다. 해약준비금은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 17를 도입하며 보수적인 보험부채관리와 계약자 보호를 위해 시작한 제도다.

해약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 포함되지만, 법정준비금으로 묶여 배당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금액이다. 보험사가 보험을 팔수록 CSM 등 수익이 늘어나지만, 해약준비금도 늘어 오히려 배당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IFRS17 도입 이후 CSM이 핵심수익성 지표로 부상하면서 보험 영업 방식이 CSM 중심으로 이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이익이다. 말 그대로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다보니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CSM을 회사에 유리하게 산출하면 해약환급금과 실제 사업비용을 실제보다 적게 계산해 CSM이 증가하게 되고, 이렇게 과대평가된 CSM은 결국 대규모 해약준비금 적립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결국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K-ICS 비율 170~190% 구간의 보험사에 대해 해약준비금 적립 비율을 80%로 낮췃다. 200% 기준에 대한 실효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배당이 어려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약준비금 적립 비율의 추가 하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금융당국에 지속 건의했고, 금융당국에서도 준비금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계약을 체결한 고객이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약준비금 제도가 개선될 경우 그동안 주주환원이 어려웠던 보험사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금융위원회도 자본의 질적 관리 강화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해약준비금 적립 합리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