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조선업종의 고용 위기가 절정이었던 2004년부터 도입이 시작된 임금피크제가 업황의 변화로 인해 개선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역구 가운데 조선업의 비율이 큰 경남 거제에서는 정치인들의 공약을 제시하면서 노동자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여서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로 중장년의 실업자를 줄이고 절감된 예산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해 청년 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특히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대규모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더 큰 비율로 임금이 깎였다. 

사회 각 분야로 확산한 임금피크제는 노조의 반발이 있지만 일자리 나누기 대책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더 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큰 몫을 차지했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대안으로써 인정받은 것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확산을 적극 지원했다. 

임금피크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은 2022년 대법원이 “대법원이 노사 합의로 도입했더라도 나이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그해 조선업계는 10년 만에 불황을 털고 수주 호황을 맞이했다. 장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구조조정을 통해 대규모 인원 감축 등으로 버텨온 조선업계는 일감이 늘어나자, 이번에는 일할 사람이 모자란 상황에서 묵혀둔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선 3사 노조는 공동으로 임금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α 보장, 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채용,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3사의 임금피크제는 각 사마다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현재 정년 60세의 법적  근거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 규정이다.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정년을 60세로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취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사업장이 만55세 정년을 실시하고, 임금피크제 적용이 과도하고 각 기업별로 차이가 있어 사무직군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오션의 임금피크제는 사무직에 한해 68년생부터 연차적으로 10%, 19%, 27%, 34%, 41%씩 임금을 삭감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은 66년생부터 적용해 5%씩 삭감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55세 이후 10%씩 차감한다. 

업계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결도 사안마다 엇갈려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임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으며 제조업 대기업 노조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 기술직 근로자가 많은 조선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퇴직 현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을 하고 있다. 경남 거제를 지역 정치인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임금피크제 정당화 법 조항 폐지’를 서일준 국민의힘 후보는 ‘임금피크제의 적용 완화’를 주장했다.

한화오션 서문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서일준 후보. 사진=서일준 후보 선거대책본부
한화오션 서문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서일준 후보. 사진=서일준 후보 선거대책본부

서 후보는 “한화오션의 임금피크제는 국내 조선업계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였던 2016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였을 당시 대규모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임금피크제를 강화할 당시인 2016년과 세계 조선산업의 슈퍼사이클을 맞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면서 “작년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민영화되면서 경영환경이 바뀐 만큼 경영진이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 등의 임금피크제를 참고해 상식선에서 임금피크제를 재조정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 정권 당시 기습적으로 자행된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 특혜 매각 시도로 인해 거제경기가 파탄 나고 수많은 인력 유출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기술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시니어 사무직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완화방안 강구’를 다가올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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