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오아름 기자 | KT와 건설사들 간에 ‘공사비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았지만 발주처가 ‘계약서 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핵심은 계약서상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다. 이는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 금액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주처는 이를 근거로 초과 공사비 지급을 거부하는 반면, 건설사 측은 물가상승 및 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부당특약조건’ 등을 내세워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KT에 1000억원대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자양1구역 재개발은 옛 KT 전화국 부지 50만5178㎡에 광진구청 청사와 구의회, 보건소, 호텔, 공동주택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원이 넘은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 98대 1을 기록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도 포함돼 있다.

롯데건설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공사비가 폭등함에 따라 지난해 착공 이후 추가 공사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KT 측에 전달했다.

실제로 주요 건설자재인 레미콘의 당시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인상되고, 철근 값은 지난해 4월 톤당 70만원에서 1년만에 110만원대로 치솟았다. 건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건설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또 다른 현장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증액 300억원),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171억원), 한신공영은 부산 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140억원) 등을 맡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건설은 여러 차례 협상 요청에도 KT가 응하지 않자 지난해 10월부터 KT 사옥 앞에서 규탄 시위에 나섰다. 일부 하도급 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했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4월 준공을 했을 당시 171억 정도 손해를 본 상황이었다. 수차례 공문까지 보냈다. 그런데 KT 측에서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반영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며 “지난해 10월 말에 KT 판교 사옥 앞에서 시위를 했고 이어 2차 시위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3월 초에 2차 시위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KT 측에서 ‘내부 검토할테니 휴일 시위는 중단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시위는 무산됐다”며 “지금은 KT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건설분쟁조정위원회 결과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쌍용건설 측이 밝힌대로 KT 측은 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해도 결국 법적 효력은 없다”며 “소송해서 재판을 받아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 양사 간 원만한 합의가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