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옥준석 기자 |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보험손익이 모두 악화했다. 특히,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보다 손해율 압박을 훨씬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는 투자손익 호조로 순이익 감소폭을 상쇄했지만,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적자 심화로 악화 폭이 확대되는 등 손해율 상승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보험료 인상 등의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회사 잠정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사(생보사) 22개사와 손해보험사(손보사) 31개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1조29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2% 감소했다. 이중 생보사는 순이익 4조83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손보사는 6조4610억원으로 19.6% 감소하며 하락 폭이 더 컸다.
순이익 감소의 핵심 원인은 보험 손익 악화다. 생보사의 보험 손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대비 9534억원 감소했고, 손보사는 2조7478억원이 줄었다. 감소율로 보면 각각 20.9%, 35.6%다.
손보사의 보험 손익 악화가 훨씬 심각한 이유는 손보사에만 있는 ‘자동차보험’이 제일 큰 문제로 지목된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이른바 ‘5대 손보사’는 올해 3분기 모두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4%로 집계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p 증가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인 82%를 이미 넘긴 상태다.
이 같은 손해율 상승에는 구조적 요인이 지목된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정책에 따라 누적 손해율이 상승하고, 정비공임 인상·부품가격 상승에 더해 경상환자 과잉 진료와 7월 폭우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이 보험사에 손해를 끼쳐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올해 3분기 누적 수입보험료에서 장기보험·일반보험·퇴직연금의 비중은 각각 12.9%·1.3%·46.4% 늘었지만, 자동차보험은 1.8%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생보사와 손보사 둘 다 판매할 수 있는 실손·건강보험 적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실손보험은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미 4000만명 이상이 가입 중이기 때문에 신규 유입보다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다음 해 나오는 5세대 실손보험이 이를 해결해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3·4세대 실손보험이 순차적으로 5세대로 전환돼 청구 횟수와 청구 금액 모두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손해율 불균형을 없앨 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완화세가 보험 손익을 적자에서 흑자로 다시 되돌리는 ‘턴어라운드’ 구간을 만들어 줄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험 손익 적자의 원인인 예실차를 축소해 실적을 개선하고 나아가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는 핵심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이에 각 손보사에서는 인수심사 강화, 의료비 관리, 자동차보험 요율 인상 등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점검을 통해 손해율 압력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수익성 지표가 하락하며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4년 동안 지속해서 자동차보험 요율이 계속 내려왔다. 현재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할 때 다음 해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 검토 중인 상황이다”며 “장기보험은 상승 추세는 올해 최대한 안정화시키고 다음 해부터는 하락 추세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적자 부담은 다음 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자동차 요율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지로 요율 조정할 경우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손해율 개선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