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KF-21 관람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KF-21 관람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KF-21) 개발 분담금 납부를 미뤄오던 인도네시아가 당초 합의 금액의 3분의 1만 내겠다는 제안을 전해온 가운데 우리 정부의 부담과 KF-21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에 KF-21 개발 분담금을 2026년까지 3000억원만 추가로 납부해 총 6000억원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2016년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KF-21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1조원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받기로 했으며 부족금은 정부 예산안에 상당 부분 포함하는 한편 KF-21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개발비를 더 부담하는 식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올해 6월까지 제작사인 KAI와 방위사업청이 KF-21 20대 양산 계획을 체결한 뒤 공대공 무장 검증시험 등을 거쳐 내년 초에 추가 20대가 양산된다.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치 등은 한화시스템, 전자전체계는 LIG넥스원이 만든다. 이외에도 많은 국내외 업체가 KF-21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방사청은 KF-21 초도 양산 물량인 40대 계약을 올해 안에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작년 11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초도 양산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이라는 내용이 담긴 사업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최초 계약 물량을 20대로 축소했다. KF-21의 초도 물량 40대의 평균 단가는 약 2000억원이다. 초도 양산 물량이 축소됨에 따라 첫 양산 가격에도 변수가 생겼다. 많은 국내외 업체가 참여한 만큼 가격을 결정하는데도 복잡한 셈법이 있어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 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개발 분담금을 줄이는 대신 기술 이전도 그만큼 덜 받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국내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개발 관련 자료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이미 기술을 빼돌려 놓고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팜유와 같은 현물로 내겠다고 하거나 지난해 말에는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 8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미룬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 회사들과 전투기 도입계약을 체결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22년에는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보잉의 F-15EX 전투기 24대를 도입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3차 도입 계약을 유효화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전투기 18기를 도입했다. 

분담금 미납으로 신뢰를 잃은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라팔 전투기를 구입하고 뒤로는 KF-21 항공 기술 유출을 시도했다.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자 1명은 올해 1월 이동형 저장장치(USB) 8개가량을 회사 외부로 반출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이 직원은 항공 기술을 습득하고 KF -21과 관련된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파견된 인원이다. USB에 담긴 일부 문서는 암호가 걸려 있어 풀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심도있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술 이전을 덜 받고, 분담금을 덜 내겠다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에 대해 “이미 기술을 빼돌려 놓고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제안으로 우리 정부는 1조원가량의 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기술 반출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KF-21의 안착이 KAI뿐 아니라 장비를 납부하는 여러 기업의 수출 활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뢰를 잃은 인도네시아의 ‘진상짓’에 우리 정부의 한숨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