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친정권 인사로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강구영 KAI사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친정권 인사로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강구영 KAI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상승한 가운데 ‘트럼프 관련주’로 방산주의 반등세가 뚜렷하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주가가 각각 반등하는 와중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홀로 뒷걸음질 치고 있어 주주들이 속을 태운다. 

KAI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400억원, 영업이익은 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148%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346%로 전년 동기 대비 72%포인트 낮아지는 등 문제없이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LIG넥스원의 주가가 15.21%, 현대로템 5.1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6.77% 가까이 상승하는 1달 동안 KAI의 주가는 7.71% 떨어지며 나 홀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1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 양산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KAI의 주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KF-21의 첫 양산은 총 1조9600억원 규모로 2015년부터 시작된 개발 사업의 첫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시장은 무반응을 넘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실적도 성과도 나쁘지 않은데 혼자 곤두박질친 주식 창에 파랗게 질린 개미 투자자들은 하락장의 원인을 경영 전문성 없는 강구영 사장에게서 찾는다. 강 사장은 2022년 9월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친정권 인사로 ‘보은 인사·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문성 논란에 줄곧 시달려 왔다.  

강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폭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임원의 60%가 넘는 19명을 해고하고, 실장·팀장 등 중간간부 60여 명을 보직 해임했다. 빈 자리는 본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군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측근 중심의 방만한 경영은 간부 ‘갑질’ 사태로 나타났다. 

첫 양산 들어가는 KF-21.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첫 양산 들어가는 KF-21.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올해 초 고용노동부 진주노용노동지청은 KAI 간부인 공군 예비역 장군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술잔에 물을 채운 직원에게 술잔을 던지고, 퇴근 이후에도 무전기를 이용해 도시락 배달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 사장 취임 이후 방위산업 기술 보호 통합실태조사에서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 직원이 이동형 저장장치(USB)를 유출하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KAI 본사가 압수수색 당하는 치욕도 겪었다. 앞서 사천 KAI 본사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KF-21 개발 과정 등 다수의 자료가 담긴 USB를 유출하려다 1월 적발됐다. 여기에는 전투기의 눈인 AESA 레이더 등 항전장비, 시험비행 기술 등 KF-21 등 개발 과정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KAI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 가능하지만, 역대 CEO 8명 가운데 7명이 이른바 ‘낙하산’ 고위 관료 출신 외부인사로 5년 이상 재임한 CEO가 없다. 항공우주산업은 개발·생산·납품까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보고 연구 개발(R&D)을 추진해야 하는데 낙하산과 보은인사로는 긴 호흡의 R&D를 완성할 수 없다. 

강구영 사장은 임기 초, 장기 비전을 밝히며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R&D에 올인하고 미래 전략을 명확히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문성 논란에서 낙하산 인사까지 구태를 모두 답습한 강 사장은 장기 비전과 미래 전략을 아직 명확히 하지 못했고, 남은 임기는 이제 1년여 남짓이다. 강구영 사장이 남은 임기동안 방산산업 상승세를 탄 어부지리가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개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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