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서효림 기자 | 메가 캐리어를 앞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보잉사의 중대형 항공기 계약에 직접 나서며 대한항공 창사 이래 가장 큰 단일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 대한항공의 대형 항공사 시대를 염두에 둔 통 큰 결정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보잉의 안전성 논란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미국 보잉의 항공이 최대 50대 도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햄프셔주 판버러 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과 777-9 20대, 787-10 30대(예비주문 격인 옵션 10대 포함) 등 최대 50대 항공기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졌다.
대한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777-9기를 777계열 항공기 중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항공기라고 소개했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9기는 탄소 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폭(최대 71.8m)은 기존 777 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 효율을 10% 이상 개선했으며 운항 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전 지역으로의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77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긴 76.7m의 동체를 보유해 통상 400∼420석 규모의 좌석을 장착할 수 있고 787-10은 78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보다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으며 연료 효율성도 기존 777-200보다 25% 넘게 향상된 현존 보잉 항공기 중 가장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보잉기 안전성 양상은 대한항공의 설명과는 다소 다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보잉 777계열의 여객기에서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 보잉 777-200 여객기는 이륙 직후 바퀴가 빠져 목적지 오사카로 오지 못하고 LA로 우회 착륙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보잉 777-300ER 여객기가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미얀마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급강하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85명이 다친 바 있다.
보잉 787-10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속하는 마지막 기종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787 드림라이너의 동체 부분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수천 번의 운항 뒤에는 비행 중 분리될 수 있다는 내부 고발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또, 검사 서류 위조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보잉은 FAA에 서류 위조 가능성을 자발적으로 알려왔다고 한다. 보잉이 “특정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의 날개와 동체 결합 부위의 적절한 결합·접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검사를 완료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직접 당국에 밝혔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5월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의 엔지니어인 샘 살레푸어가 FAA에 문건을 보내 드림라이너 등 보잉의 여러 기종에 대한 품질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살레푸어는 일부 직원들이 제조 공정을 소홀히 해 기체의 작은 틈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림라이너 동체는 여러 제조사가 만든 조각을 합쳐 제작되는데 각 조각을 연결하는 지점의 모양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살레푸어는 회사에 우려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여러 차례의 보복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787 기종의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37 맥스 항공기 사고 이후 무디스는 보잉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위로 강등했지만 조원태 회장은 상반된 태도로 보잉에 대한 신뢰를 내비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미국 법무부(DOJ)로부터 아시아나와의 합병 승인을 목표로 하는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EC)으로부터는 지난 2월 ‘조건부 승인’을 받고 추가적인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EU에서의 관계당국 승인이 확정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간 통합은 사실상 확정되는 상황에서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있는 제품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통 큰 구매가 불안을 남기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