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항공업계가 1억2000만 여행객 시대를 맞은 가운데 항공사 간 인수합병부터 경영권 분쟁까지 지각변동 판도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여객은 약 1억2006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제여객은 8893명을 달성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인 2019년의 9036명 대비 약 98.4%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는 항공사 간 통합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과정에서 마일리지와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문제,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항공 경영권 참전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U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체. 사진=연합뉴스

◆합병 절차 끝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남은 과제는 마일리지·LCC 통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양 회사 간 인수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2021년 기업결합신고서 제출과 3조300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6개국 승인을 거쳐 2022년 공정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후 4개국 승인을 거쳐 2023년 3월 영국, 지난해 1월 일본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EU 승인을 거쳐 한 달 후인 12월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취득하며 절차를 마무리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약 2년간 자회사 단계를 거쳐 2026년 말 대한항공 단일 항공사로 흡수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마일리지 정산 방식과 LCC 통합이 과제로 떠올랐다. 

마일리지의 경우 양사간 적립 비율이 다르다. 카드사에서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비율을 산정할 때 대한항공은 1500원,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리지로 계산한다.

기존 적립 비율이 달랐던 만큼 1대1 통합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관해 1대0.7, 1.5대1 등 방안이 제기됐으나 실제 통합 비율은 미지수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6개월 내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 통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 LCC가 보유한 항공기 수는 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의 총 58대로 ‘거대 LCC’가 탄생하게 된다. 기존에 규모가 가장 큰 LCC는 제주항공(41대)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진에어 중심 통합 LCC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어부산 지분을 가진 부산광역시 등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광역시와 부산지역 기업들은 통합 LCC가 진에어 중심으로 흡수 출범할 경우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게 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와 지역 경제·일자리 문제가 맞물리며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에어부산을 주요 거점 항공사로 육성해 운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놓이자 부산광역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독립 항공사 ‘부산에어(가칭)’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왼쪽)과 에어프레미아항공 기체. 사진=각사
티웨이항공(왼쪽)과 에어프레미아항공 기체. 사진=각사

◆대명소노그룹, 티웨이항공 이어 에어프레미아항공까지 2대 주주로…합병도 고려

LCC 항공사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은 지난달 31일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안은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을 포함한 이사 9명과 감사위원 2명을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티웨이항공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인 정홍근 대표이사와 김형이 경영본부장, 사외이사인 김성훈 변호사와 최성용 더스노우볼 대표가 내달 임기가 만료돼 3명만 남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이사회가 최소 3명 이상 최대 12명 이내로 구성이 가능한 만큼 내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공석이 되는 자리에 9명의 이사를 추천, 경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사 선임을 두고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홀딩스·예림당이 맞붙는 가운데 내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티웨이항공 지분은 ▲티웨이홀딩스·예림당(30.06%) ▲대명소노그룹(26.77%) ▲외국인 투자자(2.19%) ▲국민연금(1.39%) 등으로 구성됐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를 구성해 행동에 나섰다. 12일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 기준 티웨이항공 주주연대에는 지분 3.32%를 가진 818명의 소액주주가 모였다.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지분 차이가 3.29%p인 만큼 소액주주의 선택이 경영권 분쟁의 승자를 가르게 됐다.

이들은 예림당엔 주주친화 정책을, 대명소노그룹엔 공개매수를 요구해 각 기업의 결정에 따라 표심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10월 또 다른 LCC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항공 지분 11%를 취득했다. 오는 6월 JC파트너스로부터 남은 지분 11%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면 에어프레미아항공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에어프레미아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통해 두 회사를 합병한 새로운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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