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2023년 제기됐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장이 2년 만에 입을 열었다. 다만, 이번에도 시세차익을 노린 행위인지,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였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답답함은 여전하다.
의혹 발생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언급하는 모습은 분명히 상식 밖이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로부터 심리 결과를 넘겨받은 지 반년 지난 시점에서 수사 정황을 맛보기식으로만 말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을 불신하게 하는 원흉이 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삼부토건 수사와 관련해 “일부 삼부토건 이해관계자들의 100억원이 넘는 이익 실현이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주가는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 참석)를 계기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종가 기준 2023년 5월 1000~2000원대에서 부침을 반복했던 주가는 같은 해 7월 17일 5010원까지 올랐다. 2023년 7월 15일 윤석열이 사전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주가는 5000원을 돌파했다. 급등 시점에서 거래량은 평시 거래량 대비 40배를 웃돌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등 삼부토건 대주주 일가에서 2023년 당시 수백억원대 주식을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4일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금감원이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가족, 관련 법인 등 10여 개 계좌에서 2023년 5월 이후 수백억원어치 삼부토건 주식을 팔아치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다. 주가조작 의혹은 2023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삼부토건과 관련해 1년 반 가까이 말을 아꼈다.
물론, 이달 5일 발언조차도 주가조작 ‘확언’은 아니었으므로 아직 2023년 정황을 주가조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 가운데 극히 일부만 공개됐다. 이 원장은 “시세차익이 있다는 팩트만으로 불공정거래가 성립되기는 어렵다”면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광범위하게 확인하고 있고, 불공정거래 연계성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처가 너무 늦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황상 ‘의도적 수사 결과 감추기’라는 의심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가 삼부토건 이상 거래 심리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금감원장은 “100억원이 넘는 이익 실현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설명 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누구든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이 미온적인 태도만 보이면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을 믿지 못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우리나라 금융 규제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코스피‧코스닥 시장도 당연히 관리 대상이다.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면 적극적인 수사와 성역 없는 결과 발표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많은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외주식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도 결국 이런 불신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이미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삼부토건 조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