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순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산 철강 공급 과잉에도 2년간 5위를 지켜왔지만, 미국의 철강 25% 관세 조치에 6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적’ 행보에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는 상위 대기업으로 올라섰고, 빗썸은 대기업으로 신규 지정됐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로 방산·해운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MM·장금상선·LIG 등도 재계 순위 상승과 대기업 신규 진입을 이뤄냈다.
◆‘25% 관세 부과’ 조치에 철강업 직격탄…포스코 6위로
2023년 재계 5위로 올라섰던 포스코는 올해 철강산업 악화로 롯데에 다시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136조9650억원의 자산을 보유했으나 올해 137조8160억원으로 8510억원 증가, 이른바 ‘100조 클럽’ 중 가장 적은 성장세를 보였다.
철강업 자체는 중국산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부진한 상태였으나, 트럼프 정부가 지난 3월 12일부터 철강 품목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조9270억원에서 7조1340억원으로 자산이 2070억원 증가했고, 67위에서 66위로 한계단 올랐다. 다만 이는 윗순위였던 삼양이 지난해 65위에서 올해 68위로 세 계단 하락한 영향이다.
◆트럼프 親가상자산적 발언에 두나무 ‘상위 대기업’·빗썸 ‘신규진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 대선 당시부터 ‘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명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가입자 수는 1559만명으로, 같은 해 10월말 대비 61만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3위였던 두나무는 17계단 오른 36위가 됐다. 지난해 9조4650억원이었던 자산은 올해 15조8690억원으로 증가하며 상위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섰다.
빗썸은 올해 90위로 대기업집단에 첫 진입했다. 자산 규모는 5조207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지난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되며, 그에 따른 가상자산거래소의 고객 예치금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환경 흐름에 방산·해운업 ‘반사이익’…HMM·장금상선 ‘상승’, LIG ‘신규진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중국 무역전쟁 등 글로벌 흐름에 의해 방산업과 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수혜를 보게 됐다.
국내 해운업 대표주자로 꼽히는 HMM은 지난해 20위에서 17위로 3계단 올라가게 됐다. 자산도 지난해 25조5080억원에서 33조4530억원으로 7조9450억원 증가했다. HMM은 미국이 중국 선박에 대해 톤당 50달러의 입항수수료를 부과함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장금상선도 38위에서 32위로 6계단 상승했다. 자산은 지난해 14조2010억원에서 올해 19조4910억원으로 5조2900억원 증가했다.
방산업체 LIG넥스원을 계열사로 보유한 LIG는 69위로 신규 진입했다. 자산규모는 7조109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그룹은 순위엔 변동이 없었지만 계열회사 수와 자산 모두 증가했다. 계열회사 수는 지난해 108개에서 119개로 11개 증가했으며, 자산은 지난해 112조4630억원에서 125조7410억원으로 13조2780억원 증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61위에서 62위로 한계단 떨어졌지만 7조2380억원에서 8조1280억원으로 8900억원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