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철강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한국 철강사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설명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1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며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US스틸의 미국 내 조강 생산량은 약 1100만톤으로, 약 1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2000년대 중반 세계 철강업계를 선도하던 회사였지만, 중국 철강사 등의 성장으로 글로벌 순위 4위로 밀려나게 됐다. 이번 US스틸 인수가 완료되면 일본제철의 조강생산량은 2023년 기준 4300만톤에서 5900만톤으로 확대돼 글로벌 3위 철강사로 올라서게 된다.

철강업계 입장에서 미국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투자처다.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철강 수요가 성장성은 제한적이지만, 규모는 연간 약 1억5000만톤으로 단일 국가로는 중국, 인도에 이은 세 번째”라며 “전세계적으로 철강사업 보호무역이 강화돼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경쟁력까지 고려할 경우 미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4일부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가 기존 25%에서 50%로 상향돼 현지 생산의 이점이 커지게 됐다.

다만 철강사들은 이번 합병으로 인한 미국 시장에서의 국내 철강사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이고, 장기적으로도 변수들이 있어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설명했다.

현재 US스틸의 시설은 노후화된 상태로, 일본제철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110억달러(약 15조원)를 토자해 이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이를 고려하면 설비 교체 완료 시점과 국내 철강사들의 미국 진출 시점에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미국 현지 일관제철소에 투자한 현대제철의 경우 진출 시점의 간극을 기술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약 58억달러 규모의 루이지애나 전기로(DRI 기반) 일관제철소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9년 가동 예정으로, 연간 조강량은 약 270만톤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해당 기업과는 생산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당사는 글로벌 트렌드인 탄소중립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 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한 것”이며 “현대차·기아 수요 면에서 이점이 있고 글로벌 OEM에 대한 경쟁력은 경쟁해봐야 알 수 있고,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러 가지 변수도 있고, 대미 통상 협상도 정부에서 진행중이다 보니 그 결과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거나 수립할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사안이라 당장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철강산업도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어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회사들에 있어선 속도 차이가 다소 날 수 있어 주시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출 시점 차이로 인한 간극 또는 유불리를 어떤 방식으로 메우거나 활용할지 고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니 각 분야에서 고급강 중심으로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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