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추가 인하 시점과 횟수에 쏠린다.
금융안정 훼손 우려와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효과를 확인하고,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된 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부과할 관세율과 이달 말로 예정된 연방시장공개위원회(이하 FOMC)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금융안정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 6억원을 골자로 하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고, 미국이 상호관세 협의 시한을 8월 1일로 연장해 협상 결과에 따라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함으로써 과열된 주택시장을 진정시킬 필요성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면서도 통화정책방향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진전 여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의 효과를 보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총재는 “안정된 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의 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급증한 금융안정 리스크와 재정 및 관세 정책 관련 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데이터에 따라 추가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금리 결정도 하반기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공개된 6월 FOMC 회의록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 위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7월 FOMC는 오는 29~30일 열릴 예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16시 15분 기준 시장 참여자의 93.3%는 이달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4.25~4.5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다만,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차로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한 연준위원간 입장은 서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FOMC 멤버간 관세가 미국의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냐, 관세 양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해졌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서 의견이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며 “7월에 (금리 인하를) 하느냐, 안 하느냐도 굉장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래도 이자율 격차가 나니까, 부담이 되니까 미리 내려주면 좋은데, 기계적으로 이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면서 “단기적인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달러의 약세 트렌드는 어느 정도 있을 것 같고, 그 트렌드 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지만, 계속 봐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1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하반기 첫 인하 시점으로는 8월이 주로 언급된다. 8월 금통위가 월말에 예정돼 있어 정부 규제에 따른 서울 아파트 가격 및 가계대출 흐름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의 상호관세 관련 리스크가 예상보다 클 가능성도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정책의 효과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관세 위험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며 “실제 대출 규제의 결과는 3달 전후에 대략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그때까지 한은이 0%대 성장률과 관세의 하방 위험을 견디며 금융 안정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8월 인하를 점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가 8월 1일 재시행될 가능성이 고조된 점도 금융 불균형만 걱정하게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면서 “8월 관세 조치 재시행 시 수출의 부정적 여파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소비 중심 내수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 부양 효과를 높이려면 2차 추경 시행과 더불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금리 인하 동반 시 내수 진작 효과가 높은 8개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소비자 늘어날 공산이 크다”며 “하반기 경기흐름에서 소비 증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8월 기준금리 25bp(1bp=0.01%p)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거래량 등 선행지표를 통해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것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것만 본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가격 자체가 어떻게 되느냐,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면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또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8월 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는 금융안정과 성장의 상충관계가 굉장히 나빠질 수 있다”며 시장의 8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했다.
8월에 이어 10월이나 11월에 추가 인하를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황이 작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작년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가 현실화하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자 같은 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9월부터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가 분명하게 확인된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빠르게 스탠스 전환에 나섰다”면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도 2024년 8월 수준(0.17%)에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발표와 6월 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9월 이후 금리 인하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 수정경제전망 당시 관세율을 10%를 가정했으나, 관세율이 10%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영국은 현재 2번째로 큰 미국채 보유국인 동시에 미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10% 관세로 협상을 했다”며 “한국과 같은 대미 무역 흑자국의 관세율은 10%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주시하고 있는 경기의 하방 리스크 중 관세율 리스크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