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도시은 기자 |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잇따라 조미 소재 전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라면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원재료 내재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이 같은 고성장의 배경에는 불닭볶음면의 핵심인 소스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소스 부문 매출은 2019년 97억원에서 지난해 431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주가는 지난 5월 12일 1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7월 24일에는 132만원까지 상승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0조원 규모에 이른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소스 제조업체 ‘지앤에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앤에프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인수가는 약 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2015년 냉동식품업체 새아침(현 삼양스퀘어밀)을 인수한 이후 약 10년 만에 추진하는 M&A다.

지앤에프는 불닭볶음면의 소스 원료를 포함해 농심, 오뚜기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에 분말소스를 납품해온 업체다. 삼양식품이 지앤에프를 계열사로 편입할 경우, 핵심 원재료 생산을 내재화하고 공급망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농심홀딩스도 조미식품 제조업체인 ‘세우’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세우는 1973년 설립된 업체로 조미식품제조업, 장류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주요 주주로는 농심그룹 총수 일가의 외가에 속하는 김창경, 김정조씨가 각각 60.24%, 18.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우는 2021년까지 농심그룹 계열사였으며, 당시 전체 매출(1023억원) 중 약 61.8%인 632억원이 농심과의 거래에서 발생할 만큼 높은 거래 의존도를 보였다. 그러나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우를 ‘독립친족경영’으로 인정하며 농심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승인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의 6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일정 지분(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을 보유하고, 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해당 거래가 매출의 12%를 초과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따라서 농심이 세우를 인수할 경우 공정위의 감시를 다시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적극적인 공급망 확보 및 수직계열화 강화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 구조조정보다는 원료부터 제조, 생산, 유통에 이르는 통합 운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농심홀딩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우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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