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
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

한국금융경제신문=장용준 기자 | 현대건설이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이어가며 외형 확장에 몰두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구조적 안전관리 실패가 속속 드러나며 내실을 기울이지 못하고 신뢰까지 잃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왕좌의 위용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3단지 일부 동 34층 복도 벽면에 대규모 균열이 생긴 모습이 SNS를 통해 공유됐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성된 1만2032세대 규모의 단지로 작년 11월 준공됐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복도 내부에 발생한 대형 크랙 하자. 사진=입주민 제공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복도 내부에 발생한 대형 크랙 하자. 사진=입주민 제공

◆같은 공법, 동일 자재로 지어진 올파포…추가 하자 발생 우려 커져

입주민들은 준공한 지 1년이 채 안된 신축 아파트에 가로로 길게 생긴 대형 크랙이 발견되자 불안에 떨었다. 같은 공법, 동일 자재로 지어진 아파트라 드러난 하자 외에 추가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연한 상황이다.

균열 사진을 SNS에 공유한 입주민은 “복도에 크랙이 하루 만에 커졌다고 한다. 심한 정도가 아니라 집이 무너질까봐 걱정이다”며 “(시공사) 현대건설 측에서 안전진단과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직후 현대건설은 AS 총괄소장의 긴급 지시로 야간에 크랙 보수 작업을 했지만, 해당 부위에 퍼티를 바르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져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균열은 복도 유리창 샤시 인접부까지 이어져 있어 단순 마감재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밀 진단 후 공개적인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균열은 일반적인 마감재 하자와 달리 복도 상부층 벽면에 길게 형성된 수평 직선 크랙이다”며 “구조적 결함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는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입대의와 자사 홍보팀을 통해 보도를 자제하려 하려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현대건설에 구조안전진단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입대의가 요구한 정밀안전진단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균열·침하·누수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될 때 실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의 등급을 판정한다. A~E로 나뉘는데 E등급으로 판정될 경우 사용 중지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올파포 입대의에서 발송한 SNS 단체문자. 사진=입주민 제공
올파포 입대의에서 발송한 SNS 단체문자. 사진=입주민 제공

입대의는 현대건설에 ▲수평 크랙의 정확한 위치와 원인 ▲V-커팅 보수방식의 적절성 ▲재발 가능성·예방방안 ▲단지 전체 유사사례 전수조사 여부 등을 묻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파포 최상층 크랙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는 크랙 사진은 실제 진행된 크랙이 아니다”며 “실크랙 보수를 위해 크랙 위치를 V커팅(홈을 넓고 깊이 파내는 작업) 한뒤 무수축몰탈 충진 과정을 거쳐 접착력과 내구성을 높이는데, 포털에 게시된 사진은 V커팅 이후의 사진으로 현재는 충진 후 샌딩, 퍼티 작업을 한 상태다”고 해명했다.

특히 크랙의 원인은 해당층 레미콘 타설시 수직/수평 분리타설로 시공이음 구간에 생긴걸로 추정하며, 최상층 세대는 품질 확보를 위해 수직재 타설후 지붕층 슬라브 타설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현재 크랙 부위는 수직재 타설시 글래브 철근 정착길이 확보를 위해 타설한 위치이며, 이는 감리원의 승인후 진행된 공정으로, 해당 분리타설 시공이음 구간은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V커팅은 보수공정이 맞지만 크랙의 길이와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사진처럼 길게 크랙이 생긴 것은 시각적 임팩트가 너무 커 보수작업을 한 인원에게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서는 보수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주의를 병행하며 마무리도 돼야 했고, 이는 전문가의 눈높이보다 입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세상이 바뀐 만큼 시공사가 이 같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오산 옹벽 붕괴 사고·가덕도 신공항 계약 파기 등 공공사업도 입지 좁아져

현대건설 부실 시공 논란은 앞서 경기 오산에서 발생한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까지 겹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폭우가 내리던 지난 16일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옹벽이 도로로 무너지면서 주행하던 차량을 덮쳐 운전자 1명이 숨졌다. 해당 옹벽은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이 시공한 시설물로, 이번 붕괴사고로 경찰은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옹벽은 현대건설이 오산시에 기부채납한 시설물로 하자보수 책임기간 10년이 지났음에도 시공 단계부터 품질이 담보될 수 없다는 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역시 시공 당시 공법과 유지관리 이력을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계약을 파기하면서 공공사업 시장에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현대건설은 작년 네 차례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공사 기간을 두고 정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5월 말 돌연 사업을 포기했다. 일방적 공사 철회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현대건설이 국가적 책무는 저버리고 수익성 핵심 공공사업에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건설은 부산에서 2900억원 규모의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부산시의회는 최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서 철수한 현대건설에 대해 입찰 제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차원의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의 가덕도 사업 철수가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지정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현대건설의 행보를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외형 확장에만 몰두하다 내실을 잃고 있다”며 “자성하며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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