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경제신문=정진아 기자 |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이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MRO 기지’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북 군산시와 군산시민들은 이러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전문가들은 긍정적 측면과 우려되는 부분들을 동시에 조명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한미 관세 협상 카드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군산조선소의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기지화’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3월 준공된 군산조선소는 한 개의 도크만 마련돼 있지만, 180만㎡ 규모로 일반 상선뿐 아니라 대형 상선을 비롯한 여러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

해당 조선소는 2017년 조업 중단 이후 조선소 주변 협력사와 숙련된 인력들이 빠져나가며 신조선 건조 기지로 완전 재가동이 연기돼 왔다. 2022년 10월 부분 재가동에 들어가 현재는 컨테이너선 블록 물량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긍정·우려 모두 제기…수요 확대 시 활용 가능성엔 긍정 의견 모여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HD현대 조선부문 계열사들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2027년 인도분까지 계약을 마친 상태로, 2028년 이후 인도분에 대한 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군산조선소의 유휴 도크 활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접근한 전문가들은 군산조선소가 위치한 군산항이 미국 해군 입장에서 전략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인도-태평양을 주요 작전지역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미 7함대의 전력 강화와 유지보수에 일본 요코스카·사세보 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군산항 미 해군 MRO 기지 조정을 통해 중국 해군(PLAN)의 동·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군산조선소를 신규 MRO 기지로 활용하기엔 수요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31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군산조선소의 도크는 MRO 용도로 쓰기엔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중국과 인접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노출될 우려가 있으며, 서해안이 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군산 북서쪽의 보하이 만은 중국 군함 건설 중심지인데, 미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마찰과 관련된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련학과 교수는 “군산조선소에서 MRO 사업 진행을 결정하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는 무관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함정이 들어올 경우 중국에서 함정 수리를 빌미로 군사기지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사업 논의 단계에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 해군 전투함의 MRO 예산 집행범위가 확대될 경우 군산조선소 도크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였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 해군의 MRO 집행예산 중 OPN(Other Procurement, Navy) 부문이 해외 조선소에 개방돼 전투함에 대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가능해질 경우, 신규 도크 수요는 군산의 유휴 도크 활용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산시청 전경. 사진=군산시청
군산시청 전경. 사진=군산시청

◆군산시 ‘적극 논의’·군산시민 ‘지역 활성화 기대’…HD현대重 “정치권 논의 영역”

군산시는 군산조선소의 활용과 관련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도 이러한 활용 방안이 성사될 경우 활성화될 지역 경제를 기대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조선업 공약으로 ‘특수목적선 및 MRO 산업 육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전라북도와 군산에서 추진해 왔던 ‘군산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조성 사업’과도 연결된다.

군산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민주당과 군산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2026년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 핵심 현안 대응을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진행된 회의에선 대통령 지역공약 과제에 대한 정책 구체화 작업의 일환으로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MRO) 조성’과 관련한 논의가 포함됐다.

대다수의 군산시민들도 이러한 소식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군산시 거주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일자리 증가와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에선 현재 블록만 제조하고 있지만 대형 상선도 건조 가능해 정치권에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 회사에게 요청한다기보다는 정부 정책의 영역이라 아직 구체적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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