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선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성장률 추가 하방압력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더딘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가운데,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한 만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선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달 10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의 완화적 기조는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과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 효과 등에 따라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방향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연준이 9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열린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한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해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던 상황이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문가 전망치인 1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또한 5~6월 일자리 증가폭은 종전 발표 대비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됐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지난 5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12만5000명, 6월 일자리 증가폭은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13만3000명 낮췄다.
즉, 미국의 고용시장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91.4%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에 실제로 연준이 9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면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부담은 다소 줄게 된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2.00%p로, 역대 최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금융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만큼 3개월 시계에서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경제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7일 이 총재가 한국은행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관세 협상이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잘 돼서 8월 통방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성장률 추가 하방압력이 줄게 됐고, 최근 올해 경제가 1% 수준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더딘 만큼 한국은행이 8월이나 10월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관세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전월 대비 0.1%p 하락한 것으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 초반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세도 다소 꺾인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다. 전주 대비 상승폭이 0.02%p 오르기는 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상승세가 절반 이상 꺾였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폭도 줄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882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478억원 증가했다. 이는 6월 증가폭 6조7536억원의 59.9%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