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경제신문=김미소 기자 |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더보이즈(THE BOYZ)의 네 번째 월드투어 ‘THE BLAZE(이하 더블레이즈)’가 성공적인 포문을 열었다. 더보이즈는 아시아와 북미로 이어질 대장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KSPO돔 주변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현장에는 개막 직전인 오후 2시경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에 “KSPO돔 내 여러 곳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 폭발 시간은 오후 4시 43분부터 8시 10분까지”라는 위협적인 내용의 팩스가 도착한 것이다.
즉시 경찰은 기동순찰대와 특공대를 투입해 공연장 내부와 주변을 약 2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폭발물이나 기타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수색 종료 후 경찰·소방·공연장 관계자는 합동심의위를 열어 공연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관객 입장은 오후 4시 45분부터 시작됐으며, 공연은 당초보다 2시간 늦은 오후 6시에 막을 올렸다.
현장에 있던 26세 A씨는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던 중 폭발물 설치 얘기를 듣고, 공연이 취소될까 걱정했다”며 “늦게라도 재개돼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2시간 지연 끝에 막이 오른 공연은 시작과 동시에 열기를 더했다. 오프닝 무대에서는 ▲TRIGGER(도화선) ▲The Stealer(더 스틸러) ▲MAVERICK(매버릭) 등 히트곡들이 록 버전으로 재편곡돼 선보여졌다. 밴드 사운드와 수십 명의 댄서가 함께하는 메가 크루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시각·청각적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이번 공연의 백미 중 하나는 최초 공개된 유닛 무대였다. 선우·에릭의 듀엣 ‘Honey’, 제이콥·주연·케빈·선우·에릭이 선보인 ‘Feel The Bass’, 첫 무대를 선보인 ‘bAd’가 차례로 이어졌다. 특히 밴드 유닛 무대 ‘함께라서 눈부셨던, 서툴지만 아름다운’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공개된 무대로, 멤버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더보이즈가 단순한 퍼포먼스 그룹을 넘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현재·주연·선우가 함께한 신곡 ‘Tiger’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완성도 높은 안무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A씨는 “처음 선보이는 유닛 무대들이 정말 좋았는데, 특히 새로운 유닛 조합이었던 ‘현우주’의 ‘타이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번 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무대이기도 하고, 더보이즈가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이 유닛 무대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23세 B씨는 “다같이 하는 무대도 좋지만 팀 내 개개인의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유닛 무대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막바지에는 ▲Thrill Ride ▲D.D.D ▲AURA 등 여름 분위기에 어울리는 청량한 곡들이 이어졌다.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숨(Horizon) ▲All About You(올 어바웃 유) ▲Love! 우린 이미 선을 넘었어를 선보인 더보이즈는 엔딩곡 ‘줄리의 법칙(Fantasize)’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에는 ‘Timeless(타임리스)’와 ‘Fire Eyes(파이어 아이즈)’까지 아낌없이 선보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더보이즈는 공연 중 팬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공연 중간 자체 제작 티셔츠를 관객석에 나눠주고, 3층 객석까지 올라가 팬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며 현장의 열기를 높였다. 지난 8일에는 팬들이 준비한 케이크로 멤버 영훈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고, 9일에는 군 복무 중인 리더 상연이 깜짝 방문해 팬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사흘간 공연 내내 팬들의 떼창 이벤트도 이어지며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다만,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있었다. 공연 관람자 C씨는 “새로운 회사로 이적한 후 첫 콘서트였는데, 이전 콘서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무대들이 그대로 포함됐고 처음 보는 무대는 유닛 무대 정도뿐”이라며 “특히 ‘스릴라이드-D.D.D’로 이어지는 조합은 코로나 이후 콘서트에서 변함없이 반복됐던 구성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 연출, 조명 세팅 등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됐다. C씨는 “본무대 폭죽 외 특수효과가 거의 없었고, 돌출 무대에는 회전장치가 없어 좌석 위치에 따라 특정 멤버만 볼 수 있었다”며 “올해 초 있었던 팬콘에서는 가능했던 연출이 빠진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공연장을 채운 열기와 팬·아티스트 간의 교감은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시도를 담은 유닛 무대와 밴드 사운드는 현장의 온도를 끌어올렸다. 일부 구성·연출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월드투어 개막 무대로서 팬들에게 남긴 감동은 여전했다는 평이다.
B씨는 “이전 콘서트 셋리스트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팬들의 마음이 다 다른 만큼 모두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아쉬운 점은 많았어도 멤버들의 마음이 느껴졌던 콘서트였다”고 말했다.
멤버 선우는 엔딩 소감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때로는 부딪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도 있지만, 그 모든 게 사랑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마음과 사랑이 있기에 맞춰가고, 그 안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더 큰 사랑을 느낀다. 나라는 별거 아닌 사람에게 큰 세상이 되어주고, 사랑으로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흘간의 서울 공연을 마친 더보이즈는 오는 23일 일본 요코하마로 향한다. 이후 아시아와 북미 등 총 수십 개 도시에서 ‘THE BLAZE’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에너지와 무대 구성은 앞으로의 여정에서 팬들에게 어떤 ‘불꽃’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A씨는 “월드투어 시작 전부터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이 모든 건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여러 투어가 남아있는데,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잘 마치고 돌아와서 다음 서울 콘서트에서 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기의 순간들이 더보이즈에게 자주 찾아오는 것 같지만, 그만큼 더비와 더보이즈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